일본 히로시마 공항에서 차로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히로시마현(廣島縣) 다케하라시(竹原市).
인구 3만1천여명밖에 안되는 조그마한 도시지만 300여년 전 히로시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통거리 보존마을이다. 히로시마시(市)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원폭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깨끗하게 정비된 일본 에도(江戶) 시대의 전통가옥이 빼곡이 들어선 거리는 곳곳에 주차된 현대식 자동차를 빼면 마치 옛날 일본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도시는 일본 정부가 지정한 전통마을. 우리나라로 따지면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도시는 일본에서 옛부터 염전(소금 제조)과 일본 전통 청주인 정종(正宗) 제조, 무역업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100년 전 일본에서 '니카위스키'라는 이름으로 서양 술인 위스키가 처음으로 주조된 장소이기도 하다.
6일 오후 내리쬐는 햇살과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 속에서, 지금도 주민이 그대로 살고 있는 이곳의 한 집에서는 영화 '역도산'의 촬영팀이 비오듯이 쏟아지는 땀에도 아랑곳없이 촬영에 한창이었다.
'역도산'은 프로레슬링으로 일본의 국민적 영웅이 된 조선인 출신 역도산(조선이름 김신락)의 짧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리는 영화.
삼류 건달의 삶을 밀도있게 담은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오아시스'와 '실미도'의 설경구가 주연을 맡았으며, '살인의 추억'을 만든 영화제작사 싸이더스(대표 차승재)가 일본과 공동으로 85억원 가량을 투입해 제작하는 대작이다.
이날 촬영분은 조선씨름대회에서 우승한 뒤 스모(相撲)를 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일본 순사의 말을 듣고 1940년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 도장에 들어간 역도산이 스모 선수가 되기 전 견습생으로 있으면서 조선인이라 이유로 선배에게 학대를 당하던 중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
송 감독이 "레디, 카메라, 액션"이라고 외치자 땀으로 흠뻑 젖은 설경구(역도산)가 웃통을 벗고 머리를 묶은 모습으로 유창한 일본어를 사용해 "주둥이 안 닥치면 쑤신다"고 상대 일본 배우에게 욕을 퍼부으며, 발로 걷어찼다.
서로 뒤엉켜 땅바닥에 뒹구는 장면이 이어진 뒤 "컷"하는 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났다. 설경구는 자신의 연기가 제대로 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니터를 다시 확인하는 등 믿음직스러운 연기자로서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날 촬영장에는 히로시마와 도쿄 등에서 일본 여성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설경구의 연기를 구경하는 등 설경구의 현지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최근 일본에서 개봉된 '실미도'나 '박하사탕' 등의 영화를 보고 설경구의 카리스마 연기에 반해 일본 팬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이날 오후 늦게 촬영을 끝낸 제작팀은 8일 오전에는 히로시마현 미로쿠노사토시(市)로 옮겨 산등성이를 깎아 만든 오픈세트에서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이 오픈세트는 맹인 무사의 이야기를 그린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자토이치'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대적 배경에 따라 '신민일체', '대동아전쟁 필승' 같은 전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는 일본 도쿄의 한 요정 앞 거리가 무대.
역도산과 사랑을 나누는 게이샤 출신의 아야(나카타니 미키)와 역도산이 공습 사이렌가 울리는 혼란 속에서 서로 만나는 장면이다.
제작팀은 지난 4월 중순 일본 모리오카에서 시작한 일본 현지 로케를 이달 중으로 모두 마치고 다음달에는 부천에 마련한 오픈세트에서 본격적으로 프로레슬링 장면을 촬영한 뒤, 늦어도 9월 말에는 후반작업에 들어가 역도산의 41주기 기일인 오는 12월 15일에 국내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