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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일기難讀日記] 별

 

별은 헛것이다. 헛것인 별의 그리움은 아득함에 있다. 보이지만, 다다를 수 없는 아득함이 그리움을 자극한다. 그런 이유로 별을 가슴에 품는 것은 헛짓이다. 다다를 수 없는 헛짓은 다다를 수 없는 헛것의 영역에 그냥 두는 게 좋다. 헛것의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박힐 때, 사람은 죽고 역사는 병들었다. 오일륙이 그랬고 십이십이가 그랬다.

 

땅에 박힌 별은 군대를 통솔한다. 살상무기로 무장한 별은 흐린 밤에도 지워지지 않고 빛을 발사한다. 권력을 노리는 자들의 계급장에 박혀 반란을 모의하고 역모를 지휘한다. 휴전선에 있어야 할 탱크부대가 수도를 점령하고, 적군을 겨눠야 할 자동소총이 국민의 이마를 정조준 한다. 오일륙 때도 그랬고 오일팔 때도 그랬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 아니, 처벌할 힘이 사법부에 없다. 처벌할 수도, 처벌할 힘도 없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의 기록은 왜곡되고 만다. 파묻힌 곳 어디에도 죽임의 흔적은 감춰지고 없다. 반란에 성공한 별들은 어깨에 붙은 계급장을 제 손으로 뜯어내고 청와대를 향해 진군한다. 삼공화국이 그렇게 열렸고 오공화국 또한 그랬다.

 

별이 땅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마감한 역사는 요원하지만, 역사의 주역들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위원회가 설립되는가 하면, 진실을 덮으려는 집회가 광장을 점거한다. 들추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 사이의 공방은 가상공간에서도 뜨겁다. 논박이 계속되면서 존경의 대상조차 빛을 잃고 말았다. 태극기가 그렇고 어버이 또한 그렇다.

 

밤하늘의 별은 무성하지만 가슴에 품을 별은 찾기 힘들다. 별은 지고 별(別)들만 뜨는 세상이 왔다. 하늘에 뜨지 못하고 땅을 굴러야 살 수 있는 별(別)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깜박여야 한다. 별의별 작업장에서, 별의별 노동을 하며, 별의별 차별을 견디며 산다. 갑(甲)이 될 수 없는 을(乙)들의 형편이 그렇고,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흙수저들의 처지 또한 그렇다.

 

별(別)은 가름이고 별것은 갈라진 산물이다. 강자에게 짓밟힌 약자이고, 특권에게 소외된 일반이고, 다수에게 거절당한 소수이고, 자본에게 외면당한 노동이고, 평등에서 배제된 여성이고, 반칙에게 농락당한 공정이고, 정규에 속하지 못한 일체의 비정규이다. 별것으로 구분되고 나눠진 순간 별것들의 오늘에는 희망이 없다. 학대받는 노인이 그렇고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하는 소녀가장 또한 그렇다.

 

별(別)에 의해 갈라진 세상은 10대 90의 법칙이 지배한다. 우리사회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상위 10%가 소유한 자산은 전체의 42%이고 보유한 토지는 97%이다. 지난 50년간 그들이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불로소득은 5,546조원에 이른다. 아무리 일해도 돈은 90%의 주머니에 모이지 않고 10%의 금고에 가서 쌓인다. 기울어진 세상에서 공평한 기회가 설 땅은 어디에도 없다.

 

별은 하늘에 있고 별(別)은 땅에 있다. 희망조차 상실한 별(別)의 세상에서, 별것들이 꿈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행복이다. 돈이나 땅은 물려줄 수 있지만 행복은 대물림할 수 없다. 재벌이 투신을 하고, 고위관료가 목을 매는 세상이다. 물려받은 재산 때문에 서로를 물어뜯는 자식들의 모습은 불행에 가깝다. 마약이나 갑질로 손가락질 당하는 졸부들의 꼴은 또 어떠한가.

 

꿈을 좇는 눈이 하늘에 머묾도 그래서다. 동화 속 어린왕자도 별에 살았다. 별(別)은 별을 꿈꿀 기회조차 상실한 자들의 자화상이다. 도리질해도 지워지지 않는 거울 속 모습이다. 아무리 찾아도 거울 속에는 별이 없어서, 거울에 갇힌 자들의 하루는 별 볼 일 없다. 그럼에도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는 것은, 별것들의 가정에도 깃들 수 있는 행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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