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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증세’, 여당은 ‘감면’…불안한 국민

공시지가 현실화 마땅하지만, 조세저항 외면 안 돼

  • 등록 2020.10.29 06:00:00
  • 13면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 보유세 인상 10년 계획’ 초안을 내놨다. 이대로 실행되면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뿐 아니라 중산층·서민과 1주택 보유자까지 보유세가 급증하게 된다. 정부가 정책안을 발표하던 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를 최대 50% 감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가공할 불황의 한복판에서 가뜩이나 힘든 국민은 뭐가 뭔지 헷갈리고 불안하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연구원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나온 안으로는 줄잡아 8~15년에 걸쳐 땅·집값의 현실화율을 90%로 올리는 안이 유력하다. 9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땅이 8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10년, 단독주택은 15년으로 추산됐다.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까지, 15억∼9억 원은 2027년까지, 9억 원 미만은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 수준으로 높아진다. 국토부는 공청회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시지가 제도가 도입된 것은 땅이 31년 전, 주택은 15년 전이다.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는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는 정책과제다.

 

정부가 그동안 고가주택 위주로 공시가격을 꾸준히 높였다고 하나, 올해 기준 현실화율이 50~70%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화율도 들쑥날쑥하다. 현재 땅은 평균 65.5%, 공동주택은 69%, 단독주택은 53.6% 수준이다. 토지와 주택이 다르고 주택 중에서도 유형별로 차이가 크다. 같은 아파트라도 시세에 따라 현실화율이 천차만별이다. 비싼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높고 싼 아파트는 낮다. 그러다 보니 공시지가를 손대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국만큼 땅값, 집값이 심하게 바뀌는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 이낙연 대표의 “부동산 정책에 반성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신호탄으로 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검토해오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를 최대 50%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강남 3구 초고가 주택을 제외한 상당수 서울시민(200만 가구 예상)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종부세는 손대지 않겠다”고 해 정치적 계산법을 슬며시 드러냈다.

 

공시가격 제도는 공정성과 투명성 등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은 결국 국민 세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증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을 들어 정부의 정책이 세금의 부과·징수를 법률로 규정하도록 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있다. 조세저항을 부르지 않도록 현실화 속도를 최대한 늦춰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증세가 목적이 아니라면, 거래절벽이 나타나지 않게 양도소득세·취득세 같은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등 수십 가지 준조세의 산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인상 정책은 필연적으로 서민·중산층이나 은퇴자의 부담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창궐로 지구촌이 혼란스럽고, 국민의 삶이 한없이 팍팍해지고 있는 시점에 지금 이걸 꼭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항변도 나오는 판이다. 신중하고도 완벽한 설계도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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