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첫 반응을 보일지 관심을 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을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지며 '케미'를 자랑했던 만큼 신속히 축전을 보내며 친분을 과시했을 수도 있지만,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상당히 아쉬웠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그간 중국과 러시아 등 우호국은 물론 외교적으로 중요한 국가의 정상이 취임할 때면 축전을 보내곤 했다.
북한을 적대적으로 인식하는 국가나 서방국가의 수반 취임의 경우 최고지도자의 축전 따위는 당연히 없었고, 매체에서 당선 소식을 간략하게 전하는데 그쳤다.
특히 역대 미국의 대선 결과를 두고서는 유리한지 아닌지 기대에 따라 담담하게 보도하거나 강경 메시지를 날리는 등 차이를 둬왔다.
대화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이면 적극적으로, 그렇지 않으면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처음 대통령에 올랐을 때에는 아예 당선자 이름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한국시간으로 대선 결과가 나온 이튿날인 11월 1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도에 집권할 새 행정부에 주체의 핵 강국과 상대해야 할 더 어려운 부담을 씌워놓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당선 사실이나 트럼프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은 채 '새 행정부'라고만 표현하며 대미 압박부터 가한 셈이다.
트럼프의 이름을 공식 거론한 것은 당선 열흘이 지난 11월 19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낸 것을 비난하는 기사에서였다.
당시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이고,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마친 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열을 올리는 등 미국과 정치·군사적으로 심각하게 대립했던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후보가 속해있는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에는 당선 결정 이틀 만에 비교적 '신속' 보도했다.
당시 조선중앙방송은 "그는(오바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상원의원 매케인을 많은 표 차이로 물리쳤다"고 설명함으로써 내심 오바마의 승리를 바랐던 사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북한과의 대화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공화당 대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내심 안도하며 기대가 담긴 보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가 재선된 2012년에는 결과 발표 사흘 만인 11월 10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가 논평 없이 재선 사실을 전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펼치면서 오바마 행정부에 거는 북한의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동신문은 당시 선거 직전인 11월 4일 기사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오바마는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걸고 들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느니, 그 무슨 선택을 해야 한다느니 뭐니 하는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오바마를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0년에는 당선 결정 나흘 만인 12월 17일에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당선 사실을 보도했다.
방송은 당시 "플로리다주의 문제성 있는 많은 표들에 대한 해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방 최고재판소의 판결로 공화당 입후보인 텍사스 주지사 부시의 당선이 확정되게 됐다"고 보도해 부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로 전했다.
2004년에는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 사실을 직접 보도하지 않은 채 재선 확정 닷새 만인 11월 9일 노동신문에서 남한 야당을 비난하면서 '재선된 미국 대통령'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선거 결과를 간접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