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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된 출근길 배웅'…남동공단 화재 희생자 유족들 침통

훼손된 시신 식별 어려워 DNA 감정…사고 1주일 만에 빈소 마련

 

"아이들은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었고 저는 남편을 떠나보냈습니다. 이 텅 빈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겠어요."

 

28일 인천시 연수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남동공단 폭발 화재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발인이 진행됐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9일째 되는 날이었다.

 

희생자 3명의 빈소는 이틀 전 장례식장 건물 2∼3층에 마련됐다.

 

당시 조문객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질 때마다 고요했던 빈소는 울음 섞인 목소리와 한숨으로 채워졌다.

 

희생자 A(29)씨의 어머니는 미소를 머금은 아들의 영정 사진 곁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점심 맛있게 먹으라며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는 아들과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됐다.

 

A씨의 외삼촌은 "3년 전 조카가 취직했다고 연락했을 때 열심히 다니라고 응원한 기억이 있다"며 "사무직으로 입사한 아이가 어떤 이유로 제품 개발 현장에 있다가 폭발에 휘말린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희생자 B(57)씨의 아내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두 아들과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는 "남편은 가족들을 직접 직장으로 데려가 구경시켜줄 정도로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과 자부심이 컸다"며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처럼 새벽녘에 현관문을 나선 남편이 큰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오후 늦게 전해 들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화재 참사 이후 이들 유족이 장례를 치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이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희생자들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신 식별을 위해 DNA 감정이 필요했고 유족들이 밤잠을 설치며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1주일이 흘렀다.

 

B씨의 아들은 "폭발 화재로 아버지의 시신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면서 "편히 보내드리지도 못하고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너무 죄송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12분께 남동공단 내 화장품 제조업체 2층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소방관 4명 등 9명이 다쳤다.

 

희생자 3명 중 2명은 외부 수리업체 직원들로 교반기가 고장 났다는 연락을 받고 화장품 공장에 갔고, 이후 폭발과 함께 화재가 일어나 변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학물질인 아염소산나트륨과 한천(우뭇가사리) 등을 가루 상태로 교반기를 이용해 섞는 중에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염소산나트륨은 화재 폭발 위험이 있어 제1류 위험물에 포함되는 산화성 고체다.

 

관련 법상 한 번에 보관·취급할 수 있는 아염소산나트륨 지정 수량은 50kg(허가 시 증량 가능)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지정 수량의 최대 4.8배에 달하는 240kg까지 이 화학물질을 보관·취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화장품 제조공장 대표 등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노동자 9명의 생명을 앗아간 2018년 8월 세일전자 화재 참사 이후 2년여 만에 남동공단에서 발생한 최대 중대 재해다.

 

최근 5년간 중대 재해사고 건수를 보면 남동공단은 16건으로 울산 36건, 여수 21건, 구미 17건에 이어 재해 빈도가 높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남동공단의 중대 재해사고는 대부분 관리·감독 부실과 안전관리 미흡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희생자 유족들도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후속 조처를 통해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B씨의 아내는 "희생자들에게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산업 현장에서 되풀이되는 비극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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