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결정으로 집권 후 최대 위기에 봉착하자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고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조국 사태로 촉발된 靑-檢 충돌…사과로 매듭짓나
문 대통령의 이번 사과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이른바 '조국 사태' 후 1년 4개월이나 계속돼 온 정권과 검찰의 이전투구를 여기서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기점으로 끝없는 반목이 계속되면서 검찰개혁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도 '통합의 지도자'로 주목받기보다는 한쪽 진영에 갇혀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일이 잦아졌고 이는 국민통합을 저해하면서 개혁동력의 저하로 이어졌다.
갈등이 정점에 달한 것은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시도였다.
결국 끝도 없는 갈등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 9일만에 두번째 사과…코로나 사태 속 국정안정 시급
이번 사과 표명은 법원 결정 하루 만이자 지난 16일 사과 이후 불과 9일만에 이뤄졌다.
'송구', '유감' 등 우회적인 단어가 아닌 "사과말씀을 드린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들어간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문 대통령도 숨돌릴 여유가 없다는 방증으로도 보인다.
우선 남은 임기가 1년 5개월여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번 이슈에 계속 발목이 잡히면 검찰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여권 지지층이나 호남에서 이탈이 감지되는 등 지지도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사실상 국난 상황이라는 점, 최근 백신확보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했다는 점도 문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위기감은 여권 전반에서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법사위원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법원의 결정을 직접 비판하기보다 제도적 측면에서 검찰개혁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청은 당분간 그간의 갈등 국면 해소와 코로나19 사태 수습 등 국정 안정화에 보조를 맞출 전망이다.
◇ 秋 교체로 개혁 전열정비…대규모 인적쇄신 이어질듯
정치권에서는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발신한 문 대통령이 조만간 분위기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장 고려할 수 있는 카드가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인적쇄신이다.
우선 추 장관의 경우 문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이며, 일부 부처 장관들 교체도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대통령 비서실에도 새로운 진용을 구축해 '성과내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하며 국정동력 확보를 모색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구상이 순조롭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인재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인사청문회 문턱이 높아지면서 장관 후보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검찰이 정권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이어갈 경우 검찰과의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당청 관계도 변수다.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원심력이 작동, 당청 간 긴장이 높아지면 국정 동력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 개헌카드를 꺼내든 것처럼 문 대통령 역시 진영을 초월한 새로운 큰 화두를 던지는 쪽으로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