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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인간의 본성과 기자의 자질

 

‘코로나 19 시대 인간 본질 탐구 보도 필요하다.’ 《미디어 오늘》 1281호(2020년 12월 23일자) 사설 제목이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박재영 교수의 “사건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인물이 있고, 인물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간의 본질이 나온다.” 라는 글에서 영감을 받은 제안이다.

 

여기서 본질이라는 것은 물질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의 본질(substance)을 따지자면 주기율표에 기록된 원소들 중에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을 상기하게 된다. 이 원소들은 모두 별의 잔해들이다. 이런 것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해서는 본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인간 본성(nature)의 탐구 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일단 제안을 수정하기로 한다. 코로나 시대와 관계없이 언론 보도에서는 인간 본성의 탐구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지만, 기자도 인간 본성의 탐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흥미 본위의 사건 중심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보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돈오돈수의 깨달음도 아니고, 사건의 인물을 아무리 들여다본들 인간의 본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타고난 것인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인가? 사회과학 연구자는 뒤르켐의 후예로서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 특성과 관계없이 오로지 사회적 경험으로부터 형성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소위 빈 서판(Blank Slate)론이다.

 

반면에 진화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유전자와 문화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이것은 상식으로 판단해도 수긍이 간다. 인간은 하얀 백지 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특성이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의 차이도 있고, 신체 부위 기능의 차이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유전자 프로그램으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는 각기 다른 기능을 보유한 그릇과 같은 것이다. 그 그릇에 어떤 내용물이 채워지는가에 따라 그릇의 기능에 변화도 발생하면서 상호작용한다. 그 내용물이라는 게 사람이 성장하면서 배우고 본받게 되는 문화요, 사회적 경험이다. 이것은 뇌 과학으로도 입증된다.

 

인간의 진화과정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뇌는 파충류의 뇌로 태어나 포유류의 뇌로, 나아가서 인간의 뇌로 성장하는 과정을 밟는다. 대략 세 살이 되면 뇌가 큰 틀에서 완성된 후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무수히 만들어진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부모의 손을 떠나 본격적으로 체계적인 제도권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기간 동안에 사회성까지 체득하면서 인간의 본성이 일단 완성된다. 대학에서는 보다 성숙한 인격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생존을 위한 전문교육에 집중한다. 그리고 부단히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해야 시대에 뒤떨어지는 ‘라때’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기자는 어떤가? 기자는 누구보다도 더욱 더 모범적으로 성장과정에서 훌륭한 인격체가 되도록 스스로 갈고닦아야 하고, 이러한 인간 본성의 지식을 터득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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