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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문가에게 들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한국 선박 나포 배경’

한국 유조선 ‘MT 한국케미호’가 호르무즈 해협 오만 근처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란 혁명수비대’와 ‘나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 “반복적으로 환경규제 위반을 한 한국 유조선을 오전 10시쯤 페르시아만에서 해양환경법 위반 혐의로 나포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나포된 선박의 선사인 DM쉽핑 측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접촉한 해역은 공해상이고,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표면적으로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 공학적 계산이 복잡하게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정상률 HK교수는 5일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이번 나포 사건과 관련해 숨어 있는 행간, 즉 이란 측의 정치·외교적 계산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미 국무부가 대변인 명의로 밝혔듯, 대이란 제재 완화를 강요하려는 것이 1차 목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함께 살펴야 할 것은 왜 ‘한국 선박’이고, ‘지금 이 시점’인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 사이에 최대 현안은 한국의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이다.

 

이 자금은 약 70억 달러(7조 6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은행에 개설된 원화 계좌에 예치됐다.

 

정 교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우회하면서도 양국의 물품 거래를 위해 미국 정부의 용인 하에 거래가 이뤄져 왔는데, 이 계좌는 2018년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다시 가하면서 거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한국이 이 자금을 이란에 돌려줘야 한다고 계속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이란은 외환난이 가중됐다. 이러면서 한국과 이란의 관계 역시 좋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국이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단독 파견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과 이란의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외교적 변수가 생겼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고,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정 교수는 “이란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에서 바이든 정부로 변화하는 이 시점이 대이란 제제 완화 목소리를 내기 가장 좋다고 노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외교적 갈등도 이번 나포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나포가 이뤄진 날의 직전날인 1월 3일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사망 1주기이기도 하다.

 

이 일로 인해 이란 국민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미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한국과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이란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은 대표적 국가로서 공격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갈등 속에 지난해 11월 ‘이란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핵 물리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가 암살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이 이번 나포 사건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 교수는 이번 나포 사건이 외교적으로 잘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정 교수는 “미국과 이란의 관계 문제 때문이지, 한국과 이란의 관계가 나쁘다고만은 보기 어려다”며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협상을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여지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또 이란 혁명수비대가 그동안 한국 선박을 나포했던 해적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정 교수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한 최정예 부대로, 정규군과 함께 양대 군사조직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적으로 약 12만 명에 이르는 육·해·공군 및 특수·정보부대 등의 병력을 소유하고 있으며, 해적처럼 즉흥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사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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