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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하늘의 창(窓)] 버린 돌이....

 

어떤 주인이 모든 걸 다 준비해주고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다. 그런데 정작 상대는 딴 맘을 먹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초에는 신뢰할 만하니 그랬을 텐데 말이다. 과연 그 끝은 어찌 될까? 예수가 들려준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포도농사를 위해 직접 울타리도 세우고 즙 짜는 틀도 만들어놓고 망대까지 세웠다. 이렇게 일일이 다 챙겨 주는 주인은 없었다. 그는 마을의 어떤 이들에게 세를 받기로 하고 여행길을 떠났다. 이제는 수확철이겠거니 하고 세를 거두려 자기 수하를 보냈다. 주인없다고 어느새 주인 행세를 하던 자들이 주인이 보낸 이를 실컷 때리고 빈손으로 보내버렸다.”

 

뭔가 잘못 알아보고 그랬지, 하고 주인은 다른 자기 하인을 이곳으로 보냈더니 머리를 거의 박살내다시피 하고 능욕까지 했다. 상황이 좀 이상하긴 했으나 그래도 혹시, 하고 또 사람을 보냈단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예 죽여버리기까지 했다.

 

“내 아들을 보내면 다르게 대하겠지.” 오산이었다. 상대가 얼마나 악한 지 미처 알지 못했던 거다. 아들이 오자 “이 자는 상속자다. 해치우면 이 포도원은 모두 우리 차지가 된다.” 그리고는 그 시신(屍身)을 밖에 버렸다. 너무나 무서운 사태가 벌어졌다. 어느 누가 감히 이들에게 뭐라 할 건가? 주인의 일꾼을 때리고 죽이고 그 아들은 시체까지 온 세상에 전시했으니 이들의 힘은 공포 자체이고 도저히 꺾을 수 없다고들 여겼을 것이다.

 

잔혹하기가 점점 더 심해지더니 이제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악행이 거듭되고 그게 효력을 발휘한다고 여기면 죄의식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다. 이렇게 무섭게 굴면 사람들은 꼼짝 못할거라 생각하지만, 이들의 정체가 세상에 확실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저 자들을 그대로 두고는 세상이 도무지 온전해지지 않겠구나 하는 엄청난 각성이 일어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이 돌아와서 이들을 모두 진멸하고 포도원의 열쇠를 다른 이에게 주었다.” 주인이 혼자 이들을 무찔렀을까? 아니다. 모두가 함께 호응하여 악행의 현실을 바꾸어낸 것이다. 주인이 안 보인다고 주인이 없었던 게 아니다. 악한 자들은 위력을 과시한다고 믿었겠지만 그건 죄의 증거가 될 뿐이었다.

 

우리는 지금 누가 어떤 악을 저지르고 있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까지 알게 되었다. 무서워 입을 다물고 있다 해도 드러날 것이 다 드러나면 정작의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할 때가 반드시 온다. 주인이 정신을 차리고 제 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세상을 주름잡고 있는 자들이 하찮게 여기고 짓밟고 겁박한 이들이 도리어 세상의 진정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예수는 이야기를 마치고 이렇게 말한다. “놀랍지 않은가? 세상의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오히려 머릿돌이 되리라.” 그때가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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