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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차이에 관하여

# 정인아 미안해

 

 

 

6.25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의 세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일랜드계 양부모는 미국으로 입양된 후 열병을 앓고 지적장애인이 된 여자아이를 정성껏 키웠고 후에 미혼모가 되어 나은 손자까지 사랑으로 정성껏 돌봤다고 한다.

 

그 손자인 리처드 용재오닐은 여러 인터뷰에서 그의 조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다.“ 할머니가 10년 간 기사 노릇을 해주셨다. 차로 30분이나 되는 거리, 배로 3시간 걸리는 곳, 나중에는 5시간 거리를 갔다. 80대 나이에도 왕복 200km를 다니며 제가 15살이 될 때까지 10년 간 운전기사 노릇을 하셨다.” 며 넉넉치 않은 가정환경에서도 조부모님은 용재오닐이 대학에 진학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사랑한다는 말을 뛰어넘는 행동들을 몸소 보여주셨다고 회고한다.

 

나는 작년 온라인으로 송년음악회 온라인 공연들을 통해서 그의 연주와 마음에 많은 감동을 받았었고 그 후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면서 위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지만 그를 훌륭히 키워주신 조부모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2019년 6월 10일 출생, 작년 2월 입양되어 10월 13일, 입양후 271일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은 올해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자세히 방영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충격적인 사망 당시 복부 CT소견은 온 복부가 피로 가득차 있었고 췌장이 절단되었으며 골절이 양쪽 팔에도 쇄골에도 다리에도 있었고 갈비뼈는 과거에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들이 여러군데 있었고 온몸에 멍이 들어 있다. 아이의 몸은 오랜기간 이어져 온 폭행과 사망당일 자신에게 가해졌던 큰 충격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사망 전날까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정인이를 돌봤던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학대의 정황이 너무 명확해 양부모로부터 즉각 분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소아과 의사등 3차례나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에서는 혐의 없음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부모에게 전화를 47회나 했는데 받지 않아서 더 이상 할수 있는게 없었다 한다.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어떤 조건이 한쪽에서는 입양한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헌신으로 뒷바라지해 키우고 손자까지 자신의 나래를 세계적으로 펼치게 만들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건강하고 밝게 자라고 있는 생후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입양하여 불과 8개월만에 극악한 폭력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인가??

 

한나 아렌트는 그녀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많은 유태인들을 죽음에 몰아넣은 나치의 전범 아이히만은 괴물이나 인격장애가 아니라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다른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없음, 무신경함이 말과 행동의 무능을 낳고 악의 진부함으로 이어진다는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인이 사건'의 양부 안모씨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이글을 쓰는 시점 23만 5천명을 넘어가고 있다.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는 이들과 함께 더 이상 제 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길 소망하고 기억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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