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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모니터 너머로 작별 인사

 

보통 회사에서는 1년의 마무리를 12월 즈음에 한다. 11월부터 연말 결산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학교 회계도 2학기가 한창 진행 중인 11월에 마감 요청이 들어온다. 반면에 교사들은 종업식이 끝나야 한 해가 갔다고 느낀다. 종업식 전에 작성해야 할 서류들이 많고 학기가 끝날 때까진 학교 폭력이든 사건 사고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학교 종업식이 1,2월 중에 있으니 교사의 연말은 1, 2월에 있다.

 

종업식이 다가오면 두 가지 마음이 든다. 내가 힘들어 하던 아이와 이별하고 새출발 할 수 있으니 좋은 마음 하나, 나와 주파수가 잘 맞던 아이들과 헤어지는 아쉬움 하나. 기쁨이 큰지 아쉬움이 큰지에 따라 1년이 어땠는지 가늠할 수 있다. 보통은 아쉬움이 크지만 가끔 너무 힘들었던 해에는 빠른 이별을 원할 때도 있다. 어찌됐든 시간이 흐르면 헤어질 수 있으니까 열심히 버틴다.

 

올해의 종업식은 기쁨도 아쉬움도 아닌 쓸쓸함이 가장 컸다. 여러 가지 감정은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서사가 쌓이고 친밀해져야 생기는데 이번엔 도무지 그럴 틈이 없었다.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내다가 학년을 올려보내는 경우는 처음이다. 등교하면 내 자리 주변에서 기웃 기웃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아이들도 없고, 장난을 치면서 웃기려는 아이도 없다. 아이들도 나도 서로 얼굴만 알고 속은 모르는 상태로 1년이 다 갔다.

 

다같이 마지막 인사라도 만나서 하면 좋으련만 12월부터 지속된 등교 중지가 끝까지 이어져서 온라인으로 종업식을 했다. 다행히 그전에 아이들이 교실에 와서 짐을 챙겨가는 이벤트가 있어서 나와는 얼굴을 보고 간단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교실에 오래 모여 있지 말라는 당부 때문에 아이들 오는 시간을 모두 다르게 배치했다. 덕분에 같은 반 친구들끼리 서로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원래 하던 종업식은 방학 숙제를 안내하고, 안전 교육을 한 다음, 한 해 동안의 소감을 돌아가며 말하고 끝난다. 온라인이라고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서로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말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1년 돌아보는 시간을 길게 잡아서 아쉬웠던 점, 즐거웠던 점,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하고 싶은 일 등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많이 못 가고 친구들이랑 못 만난 걸 크게 아쉬워했다. 체육을 거의 못하고 현장학습을 못 간 것도 슬퍼했다.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도 친구랑 하루종일 놀기가 제일 많았다.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주는 기쁨과 슬픔은 주로 친구에게 달려있다. 온라인이지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온라인 수업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만 하고 끝나서 아이들이 수다를 떨 쉬는 시간이 없다. 채팅도 교사만 볼 수 있게 제한해 놔서 사실상 잡담이 불가능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종업식이라면 비대면으로 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식을 온라인 쌍방향 참여 형식으로 진행했다는 친구는 일반적인 졸업식보다 이번 졸업식이 더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따로 떨어져서 아이들은 단상 앞 의자에 앉아있고 부모님들은 뒤에 서 있는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식순에 따라 교장선생님이 졸업장을 수여하고 학생, 학부모가 대표로 편지를 낭독하는 차례로 식이 진행된다.

 

평상시의 졸업식에도 나름의 뭉클함이 있지만 이번엔 다른 류의 흐뭇함 같은 게 느껴졌다고 했다. 화면 안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부모님이 바로 옆에 있는 아이에게 편지를 읽어주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비대면 졸업식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아이들의 얼굴을 한명 한명 보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자, 우리반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 찍을게요. 하나, 둘, 셋."

 

모니터에 떠 있는 이십 여개의 화면 속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포즈를 취한다. 그 화면을 캡처하는 방법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3월에는 부디 꼭 학교에서 만나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종업식이 끝났다. 이런 단체 사진은 나도 아이들도 마지막이었으면. 웃으면서 어깨 동무하고 사진을 찍었으면. 모니터 너머로 작별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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