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안보의 창] 신냉전 확산과 북한의 8차 당대회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내일이라도 당장 항구적 평화가 오고, 김정은이 핵고도화를 포기할 것이란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할 때, 필자는 한 세미나에서 외로이 외쳤다. 북한은 본질적으로 변화하기 어려운 체제로서 환타지로 귀결될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냉전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었다.

 

엄동설한인 1월 5일부터 시작하여 심야열병식을 끝으로 한 북한의 8차 당대회는 필자의 전망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일각에서 지난 5개년 경제발전 계획의 실패를 자인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점을 두고 ‘경제발전’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국가방위력 강조 부문을 더 주목해야 한다.

 

특히 핵능력 지속을 강조하면서 비핵화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전략무기를 선보인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병진노선 강조도 경시할 수 없는 레토릭이다. 경제발전과 군사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병진노선은 김일성 시대부터 주창되어 온 슬로건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병진노선은 다르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병진 노선은 ‘가짜병진노선’, 즉 경제는 팽개치고 군사부문을 더 강화한 것이라면, 김정은식 병진노선은 군사와 경제를 함께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력한 군사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결과로서, 결코 인민대중을 잘살게 하기 위한 병진노선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인민대중이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구조를 만들어, 인민을 경제노력에 동원할 수 있는 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초음속 무기· 핵잠수함 전력화 등 첨단무기 개발 공언을 장밋빛 과장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북한 정권의 레토릭은 실체보다 과장하는 측면은 있지만, 본질은 일정부분 분명히 존재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정찰위성 확보와 첨단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언한 것이다. 위성확보 추진은 ICBM 발사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 단거리전술탄도미사일) 등 신형전략무기 공개는 재래전과 핵전력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확전 가능성도 열어 놓은 것이다. 향후 핵군축 협상에도 대비하려는 협상적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남한이나 국제정세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여전히 김정은의 말만 믿고 평화를 갈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언젠가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아무리 우리 국민이 ‘얼음 속 평화’를 견뎌온 지혜와 인내심이 있다고 해도 그 재앙까지 견뎌내지 못한다. 지도자의 편견이 얼마나 섬뜩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역사가 입증해준다.

 

안보정책 당국자들이 또 하나 유념할 점은 세계가 신냉전의 길목에서 나아가 확전단계로 진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냉전은 과거 냉전과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냉전이 자본주의 對 공산주의라는 이념적 대결이었다면, 신냉전은 무역전쟁, 기술패권, 지정학적 경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또 국가이익과 거버넌스를 둘러싸고 각축하고 있다. 겉으론 가치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론 노골적인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세계로서, 거버넌스가 붕괴된 대혼란의 시대도 암시하고 있다. ”신냉전 시대에는 상대방 세력권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engagement)와 팽창(expansion)이 일상화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국가 간 협력과 경쟁 관계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진단은 적실성이 있다. 2021년 바이든의 등장으로 트럼프가 망쳐놓은 국제질서 규범은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신냉전 분위기는 지속 강화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선명한 노선표방은 로맨틱 감정만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을 풀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준 긍정적 효과도 있다. 아울러 국가정보기관도 더 한층 분발해야 한다. 당대회 진행상을 북한 TV로만 보고 분석했다면 정보력의 한계를 노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정은의 당대회 결정서 전문을 입수할 정도의 능력을 보여줄 때 진정한 정보기관이란 평도 받는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