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1 (화)

  • 맑음동두천 21.0℃
  • 맑음강릉 15.9℃
  • 연무서울 21.9℃
  • 맑음대전 20.4℃
  • 맑음대구 16.9℃
  • 구름조금울산 13.9℃
  • 흐림광주 21.1℃
  • 구름조금부산 16.5℃
  • 구름조금고창 ℃
  • 흐림제주 18.8℃
  • 맑음강화 17.0℃
  • 맑음보은 17.2℃
  • 맑음금산 18.9℃
  • 구름조금강진군 17.8℃
  • 맑음경주시 14.3℃
  • 구름조금거제 16.6℃
기상청 제공

[위영금의 시선 ] 삼수갑산 갓 김치

 

 

삼수갑산은 량강도 혜산의 서쪽과 동쪽에 각각 위치한다. 압록강, 장진강, 허천강의 세 갈래 물줄기 사이에 있다고 해서 삼수(三水)이고 혜산에서 140리(55km) 들어가면 갑옷 같은 산이 많다고 하여 갑산(甲山)이다. 고려말기 갑주만호부(甲州蔓戶府)가 설치되었는데 1413년 갑산군으로 개편하면서 처음으로 개척한다는 의미의 ‘甲’를 썼다고도 한다. 유배지로 유명한 이곳에 허난설헌은 오빠 허봉에게 ‘갑산으로 귀양 가는 오라버니께’라는 시를 남겼고 김소월은 ‘삼수갑산 왜 왔노 삼수갑산이 어디메뇨 오고나니 기험(寄險)하다 아하 물도 설고 산 첩첩이라’는 시를 썼다. 또한 시대의 한 획을 그었다는 시인 백석은 량강도 삼수군 관평리에서 살았다지 않는가. 산간오지 삼수갑산에서 백석은 ‘갓 나물’이라는 시를 썼다.

 

그렇게 멀고 먼 길을 동갑내기 친구의 고향이라고 가본 적 있다. 함흥에서 길주, 길주에서 혜산까지 왔으나 아직도 백 여리길이 아득한데 다행이도 그곳으로 가는 자동차가 있어 얻어 타고 그러고도 목적지 도착하지 못해 생전 처음 보는 나귀를 타고 갔다. 친구가 말이라고 하는데 영화에 나오는 말보다는 허리가 낮고 덩치도 작다. 그때 함흥에서 사과를 무겁게 지고 갔는데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갓 김치는 매서운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인 함경북도와 량강도, 자강도 음식이다. 화산재 토양에 심어진 갓 나물은 짜게 절여 마늘, 고춧가루에 버무려 다음 해 여름내 먹는다. 집에서 조금 내려가면 맑은 샘이 솟아나고 그 옆에 김치 움이 있다. 시원한 맛을 느끼려고 샘 가까이 움을 짓는다고 한다. 여름에도 손 시릴 정도로 하얗게 성에 낀 김치 움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고 겨울에는 얼음을 걷어내고 퍼오기도 한다. 이전에는 9월이면 첫 눈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기후환경이 달라져 10월에 눈 꽃 날리기 시작하고 12월이 되어야 압록강에 얼음이 진다고 한다. 늦가을에 가본 삼수갑산은 아침에 일어나면 차고도 맑은 공기 사이로 굴뚝연기가 오르고 밤새 내린 서리에 산과 들이 하얗게 소복을 입고 있었다.

 

남한에 오니 갓 김치는 가격도 싸고 어디가도 식탁에 오른다. 삼수갑산의 갓은 여수 갓처럼 크지 않고 담글 때 젓갈을 사용하지 않는다. 얽기 설기 얽혀 있는 갓 김치를 보랏빛 국물과 함께 감자막국수에 드셔보시라. 화산재에 심어진 삼수갑산 갓 나물의 특유한 향취와 톡 쏘는 시원한 맛은 중부지역의 내 고향에도 없다. 그래서 친구 따라 삼수갑산에서 먹어본 갓 김치 맛이 원형이라 생각한다.

 

나는 첩첩 산중에 사람 사는 것이 궁금했고, 그 곳에서는 삼수갑산으로 들어온 사과와 낮선 도시사람과 세상일을 궁금해 했다. 그리고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았던 갓 김치는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어 삼십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한다. 최근에 그 지역에서 오신 고향분에게 갓 김치를 화두로 던졌더니 말도 많아졌다. 나보고 ‘갓 국’을 먹어봤냐고 묻기에 머뭇거렸더니 그게 얼마나 맛있는 건데 그것도 모르냐고.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