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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어벤져스] K-발코니

 

세탁기가 있고 맨발로 들어가기엔 바닥이 차서 슬리퍼를 신어야 하는 곳, 종종 빨래를 걸어 말리기도 하고 화분을 놓아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는 햇빛이 잘드는 곳, 가끔 삼겹살을 부르스타에 구워먹으며 소주 한잔할 수 있는 환기가 잘되는 곳, 한국 아파트의 발코니 공간이다. 원래 발코니는 건물의 외벽 창가에 돌출되어 마련된 공간으로 바깥 경치를 즐기며 쉬기 위한 공간으로 유럽 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한국 아파트 단지에서 발코니가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1960년대 마포아파트에서였다. 마포아파트는 6층 정도의 공동주택으로 건물 외관이 단순하고 기능적이어서 유럽풍의 운치는 없었으나 개방형 발코니가 세대마다 있었다.

 

여름의 장마, 태풍, 고온 다습 무더위, 겨울의 삭풍과 강추위 등으로 발코니 내측의 창문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웠다. 봄, 가을이라 해도 발코니에서 보이는 것은 앞 동의 세대들의 집안 모습인 경우가 많아서 여유보다는 무안함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발코니에 차가운 바람을 막고 사생활을 보호할 샤시 창문이 설치되었고 점점 실내공간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공간은 구조적으로는 실내인 듯 보이나 여전히 냉난방에서 제외되는 애매한(?) 공간이 되었다.

 

이 애매한 공간이 2005년 정부의 발코니 공간을 안방이나 거실 공간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공사를 허용하면서 사라지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고급 고층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컸는데 빨래를 널어 말리지 않아도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집들에게는 건물 외관이 서비스 기능보다 더 중요했다. 그러나, 이 한국형 발코니의 구조는 서비스 기능 이외에도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이 재발견되고 있다. 우선 재해 시에 실내 거주 공간을 보호할 수 있는 완충지대로서 기능이다. 태풍이 불 때 강풍에 의한 직접적인 타격을 막을 수 있으며 화재 시에는 불의 확산을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 실증 사례로 보고되었다. 건물 에너지소비량 절감을 통한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해서도 발코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실과 안방의 관점에서 볼 때 발코니의 천정 면과 측벽 면은 실내로 유입되는 일사량을 계절별로 조절해 주는 수직, 수평 차양의 역할을 해준다. 차양의 길이와 건물의 방향에 따라서 일사차단 효과가 30%에서 50%까지 되어서 냉방부하 저감에 유리하다. 실험 연구에 의하면 발코니가 있는 세대와 없는 세대의 실내 거실 온도의 차이는 발코니 없는 세대의 거실 온도가 5도 이상 더 높게 나왔다. 창을 통과한 일사취득량은 생각보다 커서 겨울이라도 냉방부하를 발생시킬 수 있다. 겨울의 경우, 발코니 공간은 외기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열 손실이 생길 때도 완충 역할을 해준다. 낮에 발코니 외창을 통해 유입된 일사 에너지가 발코니 바닥과 천정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흡수된 후 밤에는 방출되어 열 손실을 보상해 주기 때문이다.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라면, 발코니 외부 창문의 틈새를 테이프로 단단히 막고 발코니 실내 측 창문의 안쪽 면에 뽁뽁이를 붙인다면 난방과 냉방에서의 에너지소비량을 현격히 줄이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외벽을 뜯어내어 단열재를 강화하거나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는 것보다 가성비가 높은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