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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BTS도 반한, 한복 정장 디자이너 김리을...'대한민국 문화를 디자인하다'

본명 김종원, 브랜드 'ㄹ' 대표... 세계에 '한복'과 '한글' 알리고 싶어
"한복 정장, 단순히 옷파는 장사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일"
세계가 주목하는 '명품 브랜드' 만드는 게 목표

 

기자가 인터뷰를 한 후 가장 고민하는 건, 적어도 내 경우에는 ‘이 사람의 무엇을 써야, 어떤 면을 부각시켜야 의미 있는 만남이 되고 글로 남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사람’, 말 그대로 그 사람의 외모나 성격, 가치관 등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까지를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온전하게 전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둔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전에 다른 사람들이 이미 써놓은 글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유명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특별히 공부해야 할 내용이 없는 한 그렇다. 괜히 틀에 얽매일 수 있다는 염려이고, 나름대로는 창의적인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허를 찔린 느낌이다.

 

 

디자이너 김리을, 본명 김종원(29), 브랜드 ‘ㄹ(리을)’ 대표.

 

그를 만나기 전 들은 얘기를 요약하면 이랬다. ‘디자이너 리을이 만든 한복 정장을 BTS가 입어 화제다’라고. 당연히 이슈가 되는 사람인가보다 했고, 대단하다 생각했다. 이름이 ‘리을’이라니 실은 여자인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BTS가 방탄소년단이라는 것과 노래 몇 곡 아는 게 전부인 기자에겐 생소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경기신문 본사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에 칼같이 맞춰 나타난 그는, 훤칠한 키와 남자답게 잘 생긴 외모, 말쑥한 슈트 차림이 돋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첫 인상은 한마디로 모델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헤어질 때쯤 든 생각을 미리 말하자면, 정말 ‘존경할 만한, 배울 게 많은 멋진 사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마인드. 명사 마인드에 대한 정의는 ‘어떤 개념에 대한 심적인 의욕이나 경향, 또는 그것에 대한 주의력이나 인지도’라고 돼 있다. ‘한복’에 대한 디자이너 김리을의 확고한 신념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모든 일에는 목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내가 빵집 사장이라고 가정해볼게요. 돈만 많이 버는 게 목적이라면, 값싼 중국산 밀가루를 사다가 비싸게 팔면 되겠죠. 반대로 좋은 빵을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하면 비싼 한국산 밀가루를 사더라도 빵을 싸게 만들어서 팔게 되거든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시킨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겐 한복이 그래요. 단순히 한복 정장이란 옷을 만들어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수단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가 한복에 주목하고, 한복 정장을 만들고 있는 이유와 목적은 이처럼 명확했다. 어찌어찌 열심히 하다보면 유명해지고, 그럼 판매량이 많아질 테니 돈을 엄청 벌겠구나가 절대 아니었다.

 

그보다 김리을은 지금 문화를 디자인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 혹은 세계 각지에 있는 외국인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한복 정장을 봤을 때, 바로 ‘대한민국’을 떠올리고 대화의 주제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한글도 포함된다. 최근 들어선 외국에서도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다수가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ㄱ, ㄴ, ㄷ 등의 글자는 모르고 있음을 경험했던 까닭이다. ‘ㄹ’이란 브랜드도 그렇게해서 탄생됐다.

 

 

“외국 사람들이 영어보다 더 많이 쓰는 게 아라비아 숫자잖아요. 또 그런 내용을 가지고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눴던 게 생각났어요. 그래서 아, ‘ㄹ’을 보여줬을 때 이거 숫자 2 아니야? 라고 물으면, 숫자 2가 아니라 훈민정음의 ㄹ이라는 글자야. 네가 알고 있는 한복 브랜드 ㄹ을 이렇게 쓰는 거야 하면서 설명할 수 있겠다 싶었죠.”

 

과거 외국인 친구들과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대기업을 말하고 문화적으로 나눌 만한 마땅한 주제가 없어 안타까웠다는 그다. 해서 앞으로는 브랜드 ‘ㄹ’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복’과 ‘한글’로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게, 디자이너 김리을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결국 ‘한복’과 ‘한글’을 알리는 게 첫 출발이었고, 현재도 진행형인 셈이다. 애초 한복 정장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 것도,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모델 등에게 300 벌이 넘는 한복 정장을 무료로 협찬해온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물론 이 가운데는 유명하지 않은 이들이 오히려 다수를 차지한다. 일례로 아직은 뜨지 않은 방송인들을 위해 100벌의 옷을 준비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사이, 아주 유명한 스타의 협찬 요구가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한 그였다. 김리을은 그런 인간성의 소유자다.   

 

 

“왜 너는 팔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근데 그것보다 예를 들어 김연경이 한 번 입고 나와서 이슈가 되면, 누군가 더 따라하게 되지 않겠어요? 그게 제가 바라는 거예요. 따라해야 한복의 대중화도 일어나고요. 저와 유사한 브랜드가 있지만 한복의 대중화라는 점에서는 좋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의뢰가 들어오면 그 모델에게 어울리는 원단에서부터 디자인을 시작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앞서 언급했듯, 대량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널리 알리는 게 목적이었기에, 효과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특히 돈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좋고, 제대로 된 옷을 만들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특허를 내지도 않았고, 대중을 상대로 판매를 하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머지 않아 명품 브랜드로 탈바꿈할 ‘ㄹ’에선 디자이너 김리을의 작품인 한복 정장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이드 인 서울’을 단 한국 브랜드 중에서, 명실공히 세계가 주목하는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겠다는 게 또한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김리을이 생각하는 ‘한복’의 정의는 뭘까 궁금했다. 기자 또한 이전에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복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게 된 계기, 남들이 하지 않던 것을 시작했을 때의 고충, 향후 계획 등등 질문을 이어갈 참이었다. 

 

 

그런데 “‘디자인하다’라는 뜻은 나의 눈으로 바라보고 내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싶다. 나는 한복만 디자인 하는게 아니라 광고 영상도 디자인한다”고 말하던 그가, “어차피 뒤에 질문이 있을 것 같으니까, 한복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하면서 줄줄이 답을 내놓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마치 ‘질문들이 너무 식상해요’ 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한 찰나였다. 차라리 다른 기사 내용들을 살펴보고 남들이 하지 않는 질문을 찾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잠시 했다. 여하튼, 거침없고 솔직담백하면서도 유쾌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났다고 할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는 계속됐고, 기분 좋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빠져들었다. 

 

“한복이 도대체 뭐냐, 명확한 기준이 없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고 옷을 만들기 시작했던 거예요. 전통 한복을 봤을 때 저는 멋이 두 가지라고 봐요. 라인의 멋과 원단의 멋. 한복 라인이 예쁘잖아요. 근데 생활한복이나 개량한복 등은 원단의 멋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들더라고요.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선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의 패턴에 한복 원단을 살려서 입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과연 모양만 살린 것이 한복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오히려 한복 원단을 이용해 만든 옷이 한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때) 한옥마을이 새롭게 생기고, 그 안에서 한복 대여라는 시장도 나타났는데, 한 외국인 친구한데 한복 대여를 왜 하냐고 물어보니까 ‘한복 원단이 진짜 예뻐서’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불편해서 너희도 안 입는구나’ 역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복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아무도 안 된다고 했어요. 심지어 옷을 만드는 사람들까지도요. 시간 낭비인데 왜 그걸 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한 6개월을 찾아다니며 고생했던 것 같아요. 사실 한복 정장이라는 말도 없었잖아요.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옷만 예쁘다면 전 세계 누구라도 입고 싶지 않겠어요?”

 

기자들끼리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아무개를 인터뷰할 땐 특별히 질문할 필요도 없고, 시간도 얼마 안 걸려’라고. 알아서 다 얘기를 해주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주로는 인터뷰를 수십, 수백 번 이상 하신 분들이다. 디자이너 김리을은 아마도 조만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싶다. 짧지만 굵은 인터뷰가 가능한 인물로 말이다.        

 

 

무엇보다 그저 유명한 디자이너로서가 아닌, 나이도 어리고 인생살이도 후배라 할 수 있지만 좀처럼 보기 드물게 올곧은 이 청년에게서 무언가 뜨거운 가르침이 전해지는 순간의 짜릿함은 왠지 잊지 못할 것 같다.     

 

학생 때는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서 바르게 살았고, 25살까지는 나이에 맞게 살자는 것이 좌우명이었다는 김리을. 30살까지의 좌우명은 그 때까지 번 돈은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그는 그래서 지금껏 의미있는 일에 투자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른이 되면 다시 좌우명이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는 그는 지난 시간, 그리고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현재보다 내일이 궁금하고 기대되는 사람이다.   

 

소위 능력이나 외모,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남자를 빗대어 ‘엄친아’라 부르지 않는가? 중학교를 졸업할 당시 전라북도 과학발명대상을 수상할 만큼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는가 하면, 고등학교 시절 학용품 관련 특허를 출원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디자이너 김리을이 바로 그렇게 부를 만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김리을(김종원, Rieul Kim) 디자이너   

 

데뷔 : 2020년 CF ‘트레비X메이킹 : MIX IT UP 한복’ 
경력사항

2020  경기신문 홍보대사

2020  제4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축제 조직위원회 총감독
         남원시 홍보대사
2017  헤이 스타트업 리을 패션쇼 개최
작품활동
CF 2021년 삼성전자-갤럭시 S21, Fashion Stage 디자이너 김리을
CF 2020년 트레비X메이킹 : MIX IT UP 한복
전시회 
2020년 프리뷰 전시기획전 ㄹ의 작업실(연남방앗간, 서울)
2019년 by대한민국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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