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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연인 윤석열’의 정의란 무엇인가

마스터보다 우선하는 국민의 공감

  • 등록 2021.03.09 06:00:00
  • 13면

조금씩 봄기운을 더해가며 바깥 세상을 보고 싶다가도 창문을 열고 싶지 않은 계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으로 우리 사회 선별된 계층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명으로 버젓이 땅을 매입하고 희귀 수종까지 심으며 추가 보상까지 노렸다. LH 일부 직원들은 “왜 우리는 부동산을 투자하면 안 되느냐”고 말한다. 직전 LH 사장을 맡았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술 더 떠 "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미리 안 것도 아니고 이익 볼 것도 없다"며 해당 직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가 사과했다.

 

LH 직원들의 법적인 문제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이후 나온 이같은 공직사회의 인식은 경이롭다. 또 LH 직원만 그랬을까. 광명·시흥 이외 지역은 문제 없을까. 진짜 ‘숨은 고수’들은 수용되지 않는 인접 지역으로 더 큰 이득을 본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법과 정의, 공정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난해 검찰인사 개혁을 둘러싼 이른바 ‘추-윤 갈등’을 지켜봤다. 그리고 올해 검찰의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놓고 여권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라운드로 정면 충돌하다가 결국 윤 전 총장이 물러났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여권으로서는 얻은 것도 있겠지만 각종 여론조사 등을 보면 상처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중수청 신설 등에 대해 “헌법 파괴”라고 정면 비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데 힘을 다하겠다”는 귀거래사를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정치인으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고 말한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한 자유민주주의·국민보호는 무엇인가. 그동안 검찰은 막강한 힘을 칼집에서 뽑았다 넣다 하면서 정치 권력과 얼굴을 붉히고 때로는 동거하며 자신들의 성을 구축해온 게 국민들에게 비친 불편한 진실이다. 그래서 특히 거악을 상대하는 특수통 검사는 빛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서민들은 소위 백 없고 돈 없어서 검찰은 커녕 경찰 문턱 조차 넘지 못하며 음지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특수통이기도 한 윤 전 총장은 정치권력과 동거를 거부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은 주변의 시선처럼 정계에 진출하기 위한 생각을 다듬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은 정치의 언어로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앞으로 지키고 싶은 가치나 신념은 무엇인가. 검찰 조직이 말하는 정의인가. 또 과거에 서민을 위해서는 어떻게 칼을 사용했고 어떤 고민을 했는가.

 

이번 LH 사건같은 민생 관련 부분에 대해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도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앞서 정계에 진출했던 율사 출신 선배들의 시행착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말이다. 지난해부터 트롯 경연 열풍이 일고 있다. 최근 높은 관심속에 끝난 한 예능프로는 마스터(전문가 심사위원)보다 국민의 응원이 대세를 갈랐다. 우리 정치권력이나 엘리트 집단, 공직 사회는 자신들이 만든 정의와 법 감정, 그들만의 눈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낮은 곳에서 다수가 말하는 정의야말로 진정한 정의요 국가가 줄 수 있는 최상의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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