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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시설 걷어낸 '이재명표 청정계곡', 방문객 버린 쓰레기는 '옥의티'

'경기 청정계곡 도민 환원사업' 이후 불법 평상 사라져 운치 만끽
인근 상인들 "잘한 사업" 엄지척...방문객 쓰레기 불법투기는 문제

 

서울에서 3시간을 달려 경기도 가평군 명지계곡과 백둔계곡을 찾았다. 과거에도 겨울에 다른 계곡들을 몇 차례 찾았지만, 명지계곡과 백둔계곡의 인상은 전에 방문한 계곡들과 사뭇 달랐다.

 

겨울 계곡을 찾으면 여름 동안 자신의 역할을 끝낸 평상들이 파라솔만 접힌 채로 방치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명지계곡과 백둔계곡은 응당 보여야 할 평상들이 자취를 감췄고 대신 겨울 동안 미처 녹지 못한 눈과 얼음만이 곳곳에 자리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불법 시설물을 거치지 않은 깨끗한 계곡물과 바람. 겨울 계곡의 온전한 운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경기도에서 하천과 계곡을 정비해 방문객들에게 명품 하천을 되돌려주기 위한 ‘경기 청정계곡 도민 환원 사업’으로 불법 시설물들이 모두 철거되면서 계곡은 본인 고유의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계곡 인근 상인들도 우려도 있었으나 청정계곡 복원 사업 취지를 듣고 공감했다.

 

“시내에서 식당 하는 A씨는 파라솔이랑 평상 하나 설치해두고 수천만원씩 세를 받아먹었고요. 계곡 앞에서 장사하던 B씨는 자기 땅도 아니면서 자릿세를 3만원씩 받아 가며 돈을 무지하게 벌었죠”

 

백둔계곡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채수영 씨는 그동안 불법 시설물로 부당이익을 챙겨온 사람들을 한 명씩 열거한 후, 청정계곡 복원 사업으로 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며 ‘잘한 사업’이라고 칭했다.

 

 

좋은 사업의 지속성은 사후 관리다. 본격 휴양철인 여름이 오기전에 쓰레기 투기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채씨는 청정계곡 복원 사업은 참 잘 한 일이지만 방문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오히려 늘었다고 얘기했다.

 

채씨는 “일반인들이 계곡에 들어와서 먹다 남은 쓰레기들을 그냥 버리고 간다”며 “가뜩이나 지난해는 비도 많이 와서 상류에서부터 돗자리, 음식물 쓰레기, 부탄가스 등이 펜션 앞에 쌓여 매일 같이 직접 치워야 했다”고 회상했다. 불법적으로 '자릿세'를 받던 업주들이 치우던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취사가 불가능한 명지계곡도 사정은 비슷하다. 명지계곡 앞에서 30년간 식당을 운영했다는 이미경 씨는 “단속을 해도 비집고 계곡물 옆에 자리 잡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 사람들은 한 번 오고 말 사람들이니까 가져온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간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과 단속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치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곡 곳곳에는 여름에 쓸려 내려가지 못한 돗자리나 음료수 캔 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경기 청정계곡 복원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면서도 지속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경기도와 가평군은 모두 “해당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작년에는 불법 시설물 철거에 집중했다면 향후에는 지속 가능한 하천 관리 방안으로 점차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올해 하천·계곡 지킴이와 명예감시원 240여 명이 활동할 계획”이라며 “이 외에도 소규모 쓰레기 집하장 설치 등 공공시설 확충이나 관광객들 대상으로 쓰레기 투기 근절에 대해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환경정비를 위해 공적 인력과 시설을 늘릴 계획이지만 가평은 하천이 길어 공적 인력이 충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교육사업이나 공동체 사업 등을 통해 하천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주민 자체적인 공동체도 조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박환식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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