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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공모 인정한 법원…양승태 前대법원장 운명은

재판부, '재판개입' 인정…"대법원장, 재판 지적 권한 있다"
'월권적 직권남용' 새로운 논리…향후 재판서 쟁점될 듯

법원이 최근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직 법관들에게 첫 유죄 선고를 내리면서 사건의 최종 책임자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를 인정해 향후 재판의 향방이 주목된다.

 

재판 개입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새로운 법리와 판결이 다른 재판부에서도 받아들여진다면 양 전 대법원장의 처벌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민걸·이규진 두 전직 판사에게 적용한 6가지 혐의 중 5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공소장에 기재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 5건 중 4건을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 3건에 대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 법원, 양승태의 재판 개입 인정…통진당 사건은 제외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가 인정된 3건의 혐의는 ▲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들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하도록 한 혐의 ▲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취소하도록 한 혐의 ▲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다.

 

이 가운데 재판 개입과 관련된 부분은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취소하도록 한 혐의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적용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재판부는 2015년 4월 한 재판에서 원고의 신청을 받아들여 사학연금법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을 구하는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대법원은 당시 한정위헌을 두고 헌재와 마찰을 빚어왔다. 한정위헌은 법률 자체의 효력을 없애지는 않되 법을 놓고 여러 해석이 가능할 때 특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위헌적 해석 여지를 없애기 위한 결정이다.

 

법을 해석하고 판단할 권한이 법원에 귀속돼있는데,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으로 이 같은 권한을 침해했다는 게 대법원의 주장이다.

 

이에 양 전 원장은 서울남부지법에서 한정위헌을 구하는 위헌심판을 제청하면 '법원도 한정위헌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후 이 전 상임위원은 서울남부지법 재판장에게 연락해 한정위헌을 구하는 취지의 위헌심판 제청을 취소하고 단순 위헌을 구하는 취지로 새로 제청하라고 했고, 재판장은 이에 따랐다.

 

하지만 재판 개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 확인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는 법원행정처 박병대 전 처장과 임종헌 전 차장의 공모만 인정되고,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밖에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이 양 전 원장과 공모해 매립지 등 귀속 관련 사건 재판에도 개입했다고 보고 혐의를 적용했으나 이는 무죄로 판단됐다.

 

◇ 재판부 "권고도 직권남용" 논리 제시…2심도 인정할까

 

이번 사건은 대법원 수뇌부가 재판과 사법행정권에 개입했다는 헌정사에 유례없는 의혹을 다룬 만큼 판결에도 종전에 없던 새로운 논리가 등장했다. 바로 '재판에 대한 지적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사무'이고, '월권적 직권남용도 직권남용'이라는 판단이다.

 

별도의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는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있을 수 없다'는 판례에 따른 것이다. 직권남용으로 처벌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직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합의32부 재판부는 "법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면 헌법 27조·103조, 법원조직법 9조 1항과 19조 2항, 법원사무기구규칙, 기타 예규 등의 해석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특정 사건의 재판사무 핵심 영역에 대해 지적할 사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재판의 오류 등에 관해 지적할 수 있고, 이 같은 권한을 남용하면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남부지법 재판장에게 위헌심판 제청을 취소하라고 한 것은 '지적'이 아닌 '권고'의 성격을 지닌다. 엄격하게 해석하면 지적이 아니어서 직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재판부는 "일반적 직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도 그 행위의 내용과 일반적 직권에 속하는 내용을 비교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 '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직권의 월권적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지적은 일반적 직권에 속하는 내용이고, 권고는 일반적 직권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다. 비록 권고가 직권(지적)의 범위를 벗어나지만, 지적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는 종전까지 없던 새로운 논리인 만큼 향후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사법농단의 최종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의 유·무죄를 가르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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