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6일 남양주시 금곡동에 새로운 복합문화 공간인 이석영광장과 역사교육의 산실인 REMEMBER 1910이 개관됐다.
옛 목화웨딩홀이 철거된지 약 2년 2개월여 만이다.
그동안 시는 금곡동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해 금곡동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원인 홍유릉 전면부를 활용, 시민들에게 지난 역사에 대한 아픔을 기억하고 새롭게 다짐하는 역사·문화예술 체험 공간과 휴식 공간 등이 있는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석영광장과 REMEMBER 1910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에 조성 의미와 추진과정 등을 살펴봤다.
남양주 원도심 역사문화재생 시작… 홍유릉과 연계된 역사기념·체험관 건립 추진
정부는 2017년 12월 14일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2017년도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선정안’을 의결했다.
이때 선정된 남양주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명칭은 ‘SLOW & SMART CITY, 남양주 원도심 역사문화재생’이며, 사업유형은 중심시가지형이다.
이후 시는 2019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의 계획으로 총사업비 478억원(도비 45억, 시비 433억)을 들여 금곡동 434-5번지 일원 1만4057㎡에 세계문화유산인 홍유릉(홍릉: 고종과 명성황후의 릉, 유릉: 순종과 두 황후의 릉)과 연계된 역사기념·체험관 건립을 추진했다.
2018년 8월 홍·유릉 전면부 활용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2019년 1월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돼 있던 옛 목화예식장을 매입, 철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갖가지 억측과 난관에 부딪쳤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 26일 1단계 역사공원 사업을 완료하고 리맴버1910이 개관했다.
전 재산과 몸을 독립운동에 바친 이석영 선생… ‘이석영 광장’ 명명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시는 전 재산을 팔아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에 몸 바쳤으나, 그 공에 비해 알아주지 않았던 남양주 화도 출신의 이석영(李石榮, 1855년~1934년 2월 16일) 선생을 재조명하기로 하고, 역사문화공원 이름을 ‘이석영 광장’으로 명명했다.
이석영 선생은 조선시대 ‘삼한갑족’이라고 불린 명문가 경주 이씨의 후손이며, 임진왜란 때 명재상을 지낸 백사 이항복의 10대손으로서 1910년 국권회복을 위해 우당 이회영, 이성재, 이시영 등 5명의 형제들과 함께 중국 유하현으로 망명했다.
당시 남양주 화도지역부터 지금 서울 동대문 일원까지의 토지 등 막대한 재산이 있었지만, 독립운동을 위해 모두를 헐값에 급히 처분했고, 이렇게 마련한 40만원(2020년 기준 최소 2조원, 많게는 6조원 가량)으로 6형제들은 중국 서간도로 망명했다.
이후 이석영 선생은 형제들과 항일무장독립투쟁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 운영해 왔다. 그러나 조선 최고의 부호였던 이석영 선생은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34년 상하이 빈민가에서 굶어 생을 마감했다.
시가 조성하고 있는 이석영 광장에는 이석영 선생이 일가족 40여 명과 1910년 12월 30일 만주로 망명할 당시 건넜던 압록강 길이 925㎞(지류 포함)를 상징하는 925m의 바닥분수가 조성됐다. 양 옆 데크에는 ‘나라를 찾으러 가는 길’과 ‘되찾은 나라로 돌아오는 길’도 조성하는 등 올해 연말까지 역사공원 2단계 전체를 완료할 예정이다.
1만4057㎡ 규모 광장 한 켠에는 이석영 선생과 5명의 형제가 나라를 되찾기 위해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상징하는 표지석과 6개의 돌이 설치됐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억하는 복합문화공간… REMEMBER 1910
시는 남양주 하면 ‘이석영 선생’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시브랜딩을 하고, 지상에는 이석영 광장을 지하에는 역사체험관 REMEMBER 1910을 조성했다. 역사체험관은 지하 2층~지상 1층, 전체면적 3716㎡ 규모다.
REMEMBER 1910의 ‘1910’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국권을 상실하고 이석영 선생을 비롯한 6명의 형제가 중국으로 망명한 1910년을 상징한다.
체험관은 역사 법정, 친일파 감옥, 미디어 홀, 콘퍼런스 룸 등으로 구성됐으며, 지상에 있는 체험관 입구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는 남양주 출신 독립운동가 102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역사 법정은 친일파를 재판하는 공간으로, 3명의 판사석이 있고 그 아래 검사석, 변호인석, 피고인석 그리고 방청석도 마련됐다. 이 방청석에는 USB 포트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도 설치돼 있다.
판사석에는 이석영 선생과 그의 동생인 이회영 선생,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이 판사, 검사, 변호사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친일파를 법정에 세운 뒤 가상 재판을 열어 단죄하며 역사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독립투사들이 수감되었던 서대문형무소와 중국 뤼순(여순)감옥을 재현한 친일파 수감감옥 있다. 감옥에는 쇠사슬에 묶인 채 엎드려 있는 모양의 친일파 이완용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체험객들이 곤장을 칠 수도 있다.

또 이석영 선생 형제와 신흥무관학교, 독립운동 관련 영상과 자료 사진을 볼 수 있고 주말에는 공연이나 영화 상영, 인문학 콘서트 등 문화행사도 가질 수 있는 미디어 홀, 주민자치단체 회의나 모임, 독립운동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컨퍼런스 홀,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영석 라운지 및 베이커리 카페도 조성됐다.
체험관 한 켠에는 대한독립을 위해 전 재산을 희사한 ‘이석영 6형제’와 대한민국을 빛낸 대표적인 위인 6명이 서로 손을 맞잡고 글로벌시대를 이끌어가는 한민족의 기상을 표현하는 상징 조형물도 설치된다.
특히 시민 누구든지 편하게 들러 쉴 수 있는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자연스런 체험이 가능한 ‘역사교육의 산실’로 조성해 도시재생의 모범사례, 복합문화공간으로써 남양주의 새로운 마인드마크(Mind mark)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그리고 이석영 선생 6형제의 애국심과 독립 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자 하는 뜻을 담아 안중근 의사 서거 111주기인 지난 3월 26일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이철영 남양주시의회 의장, 이석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찬 우당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석영광장 및 역사체험관 REMEMBER 1910 개관식을 가졌다.
이날 조 시장은 이석영 선생 6형제에게 바치는 헌사를 통해 “2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남양주시 ‘Remember 1910’은 허망하게 나라를 빼앗긴 우리 선조들의 치욕과 그 치욕을 분연히 떨치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일생을 바치신 선생님 6형제 분들을 기억하는 작은 공간”이라며, “이 역사체험관이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또 우리의 후손들에게 그렇게 작지만 작지 않은 울림으로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종찬 우당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답사를 통해 “REMEMBER 1910을 통해 남양주 시민들이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고, 독일을 용서한 이스라엘처럼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하게 됐을 때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화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