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오세훈의 온고지신] 자기변혁

 

 

단식

10년 전, 한 단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십  대초였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놀라웠다.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도 특별한 도전이었다.  2-30대에 술담배를 과하게 했다. 1년에 한두 번은 탈이 나서든 쉴 목적으로든 1주일쯤 입원하면서 일했다. 듬직하게 살아 있는 게 기적이다.

당시 나의 체중은 80kg, 키는 165cm. 이 숫자들은 몸과 정신상태가 좋지도 옳지도 않았다는 증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사의 경계선을 겁도 없이 몰지각(沒知覺)으로 뛰어다녔다는 말이다. 단식 돌입 후 두 달이 되었을 때, 체중은 60kg으로 떨어졌다. 그게 정상이었다. 내 인생 중반에 참으로 쑈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회복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종종 막걸리 한두병쯤 하면서 살지만, 그때는 담배는 물론 술 한 방울도 안하는 일적불음(一滴不飮)이었다. 그랬더니 머지않아 오래 전 나를 떠났던 '조양'(朝陽)이 돌아왔다. 친구들에게 '미스조'가 아침마다 노크한다고 말하면, 소수만 폭소를 터뜨리고 나머지는 영문을 몰라하며 눈만 꿈벅거린다. 몸이 되살아난 것이다. 

 

섭생

그래서 내친 김에, 식생활을 잡식에서 채식으로 변경했다. 일체의 육류는 물론, 좋아하던 바지락 칼국수와 바게트 등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 식품도 다 끊었다. 백미도 현미로 바꿨다. 그 외에도 섭생 전반을 슬로우 푸드 철학에 부응하여 개선하였다. 유일한 실패는 1일 1식. 그건 초인적인 수준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 땅에서 그 선구자는 다석 유영모 선생이다. 나는 스승의 뒤를 두 달간 따르다가 손들고 2식으로 10년을 왔다. 

 

걷기

이러한 자기혁신ㅡ실은 개과천선(改過遷善)ㅡ의 효과와 그 재미가 보통을 넘었다. 지난 6년 동안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었다. 하루 평균 2만보쯤이다. 의사 친구들은 지나치다고 충고하지만, 이미 중독수준이다. 걷기로 얻는 하체강화나 유산소 운동의 효과는 실은 부수적이다. 루쏘는 "철학의 스승은 발"이라고 말했다. 현자들은 예외없이 땅위를 걸으면서 시공을 초월하여 동서고금을 왕래한다. 걷기는 철학의 시간이다. 심신을 균형감 높이 강건하게 만든다. 이것이 내가 나이 50에 도전한 자기혁신의 내용이다. 人生은 걷다(生)가 멈추는(死) 것이다. 

 

구원

요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를 다시 읽었다. 헬렌 니어링의 품격인생 보고서다. 여기에 팬데믹 재앙의 원인과 해답이 들어있다. 백신은 진통제일 뿐이다. 리더들이 본질에서 벗어나 허둥댄다. 탐욕의 인간이 자연을 난폭하게 파괴하고 약탈하는 걸 멈추지 않는 한 징벌은 지속된다. 3류정치는 공멸의 원인제공자이며 촉진자일 뿐이다. 개인과 가족, 마을공동체가 일상을 변혁하여 의병이 되어야 한다. 철학이 그 지휘관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