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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목적 배달음식의 원조"

[우리동네-음식의 유래와 변천] 1. 남한산성 효종갱
새벽종이 울릴 때 배달되는 해장국
남한산성서 북촌 양반댁으로 배달
주 고객이 한양 북촌 양반… 북촌갱

 

정조 임금이 신하들에게 술을 주제로 시를 짓게 했는데, 실학자 이덕무는 ‘백년 삼만육천일 하루 300잔 마셔야 한다’는 시를 지어 장원을 했다.


이 시에 "천일 만에 깨어난 일 마음에 맞지만, 열흘 동안 머물러 마신 것은 불쌍할 뿐. 백천만겁 세월에 질그릇 굽는 집의 흙이 되어, 길이길이 술그릇이 되리라"고 했다.
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간곡하게 배어 있는 시이다.

 

술을 즐기다 보면 숙취를 피할 수 없는데, 숙취를 푸는 데에는 해장국이 꼭 필요하다. 이름난 해장국이 많지만, 남한산성에서 한양 북촌의 양반댁으로 배달되던 효종갱(曉鐘羹)이 특히 유명했다. 새벽종이 울릴 때 배달되는 해장국이라는 뜻이다. 옛날 한양성은 밤 10시가 되면 성문을 걸어 잠그고 새벽 4시에 보신각 종소리가 울려야 성 안으로 출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리목적 배달음식인 효종갱은 최영년(1856-1935)의 ‘海東竹枝(해동죽지)’라는 책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최영년은 자칭 의병장 최익현의 7촌 조카라 했고, 신소설 ‘秋月色(추월색)’을 쓴 최찬식의 아버지이다. 하남 미사리 출신이다.

 

미사리는 최치원의 후손들인 경주 최씨 집성촌이었는데, 하남사람들은 ‘미사리 최씨’라고 부른다. 최영년은 시흥학교를 설립해 교육을 진흥하는 등의 활동도 했으나 문장으로 친일 활동을 하기도 했다.

 

효종갱은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귀한 재료가 많이 들어간 최고급 해장국이었다. 배추 속대를 주재료로 하고 콩나물, 송이와 표고버섯, 소갈비, 양지머리뼈, 해삼, 전복과 토장을 종일 끓인다. 저녁 때 솜으로 단지를 감싸서 서울로 보내는데, 새벽종이 울린 후 북촌에 도착해도 오히려 국 단지는 식지 않았다. 담백하게 달고 향기는 기름져서 맛있는 술국으로 세상의 유명세를 독차지했다. 이 해장국을 찾는 주고객이 한양 북촌의 양반들이었기에 ‘북촌갱’이라고도 했다. 최영년이 효종갱을 찬미하는 시를 남겼다.


太華淸鍾落一聲(태화청종낙일성)  웅장하고 맑은 첫 종소리 울리는데
廣陵羹已曉香生(광릉갱이효향생)  광주의 해장국은 이미 새벽인데 향기 나고
銷金帳裡羊羔酒(소금장리양고주)  금실 수놓은 휘장 안에서 양고주를 마시니
風雪梅花問幾行(풍설매화문기행)  눈보라 속 매화는 얼마나 가야 필까?

 

시의 셋째 구절은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이름난 선비인 도곡(陶穀)이 당태위(黨太尉)의 첩을 얻었다. 그는 눈을 녹인 물로 차를 끓이고는 그녀에게 뻐기면서 말했다.


"당태위의 집에서는 이런 낭만적인 일을 몰랐지?" 그러자 그녀는 "그런 촌스런 사람이 어떻게 이런 분위기를 알겠어요. 다만 금실 수놓은 휘장 안에서 천천히 술을 따르며, 나직이 노래 부르며, 양고주를 마셨을 따름이지요. 어찌 이와 같은 분위기가 있었겠어요?"하였다.

 

양고주는 살구 씨를 삶은 쓴 물에 양이나 염소고기를 끓여 즙을 내고 목향(木香)을 넣어서 버무린 다음, 다른 물을 넣지 않고 익힌 귀한 술이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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