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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6월 6일을 보내며

  • 최영
  • 등록 2021.06.08 06:00:00
  • 13면

 

기억이 미래를 만든다. 우리가 지난 일을 되새기는 이유이다. 6월 6일, 66회 현충일이 지났다. 정의는 망각 위에 세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6월 6일이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1949년 6월 6일, 한 무리의 경찰이 친일파를 단죄하기 위해 활동 중이던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반민특위)를 습격하여 무장해제시켰다. 일제 때 친일의 첨병이던 경찰이 반민특위를 무력으로 짓밟은 날, 이후 특위의 활동은 중단되었고 일제 때 악질고문경찰로 악명높았던 김덕기, 노덕술 등은 풀려나 경찰 보안책임자가 되었다. 이 사건이 있은지 20일 후 김구가 안두희에게 암살되고, 이어지는 극우 백색테러가 꼬리를 물면서 일제청산활동은 좌초하고 공공연히 친일파가 득세하기 시작했으니.. 그래서 나는 6월 6일을 우리 역사에서 잊지 말아야 할 치욕의 날로 기억한다. 반민특위가 해체되자 대한민국은 근대 이후 식민지를 겪은 나라 중에서 독립을 이루고도 단 한명의 부역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희귀한 경우로 남았다. 친일을 하면 출세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추악한 가치관이 지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겨우 4년 동안 나찌에 지배당한 것을 기화로 무려 12만명 이상을 재판에 회부하여 3만8000명에게 실형을 선고하였으며 실제 처형된 사람도 1500명에 달했던 프랑스의 경우를 떠올리면 ‘역사인지 감수성’에 혼란이 초래될 지경이다. 또 프랑스가 나찌청산 과정에서 가장 가혹하게 처단한 직업군이 바로 나찌에 부역한 언론종사자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더욱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겠다. 신년이면 1면 전체를 천황폐하의 만수무강을 비는 기사로 채우던 신문도, 청년학생들에게 학도병으로 자원하라고 부추기던 신문들도 고스란히 살아남아 지금의 언론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달라졌는가? 종군위안부 문제가 불거지고 일본과 외교마찰이 도드라지기만 하면 경제혼란을 내세우며 점잖게 일본입장을 훈수하는게 이골이 난 언론들, 틈만 나면 일본을 보고 배우라는 소리가 버릇이 되다보니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대한민국의 방역은 깎아내리고 올림픽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 방역 후진국 일본은 모범사례로 추켜세우는 언론들이 버젓이 메이저언론으로 행세하고 있지 않은가?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고 나찌청산을 지지했던 알베르까뮈의 말처럼 우리가 친일청산을 제대로 해냈더라면 독립군 토벌하던 일본군 장교출신이 총칼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18년을 집권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사실상 일제강점은 36년에 18년을 더해야 하지 않을까? 또 친일헌병 박종표(일본이름 아라이)가 반민특위에서 풀려나지 않았다면 마산경찰서 경비주임으로 부임해 3.15부정선거에 항의하던 김주열의 눈에 최루탄을 직격하고 그 시신을 돌에 매달아 마산앞바다에 수장시킬 수 있었을까? 모두 6월 6일이 발단인 셈이다.

 

기억을 되새기면 어디 가슴 아픈 날만 있으랴. 6월 7일은 1920년 홍범도장군이 봉오동에서 일본군 연대병력을 격파한 날이다. 이런 날도 있어 우리 역사는 이어졌다. 비록 당시 언론들은 독립군을 폭도로 칭했지만 말이다. 하긴 그들은 광주도 ‘폭도들의 사태’로 전했으니.. 사태라고 하니 언론이 하나같이 ‘조국사태’라 광분하던 것도 떠오른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하자. 그건 ‘조국사냥’, 내지는 ‘조국학살’이었다. 납득이 가지 않으면 신간 ‘조국의 시간’을 읽어보시라! 이래저래 유월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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