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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내게 유일한 희망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자립"

본보 창간 19주년 기념 <희망>
[인터뷰]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본부장

 

“저에게 희망은 보호아동이 잘 성장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립하는 것입니다.”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본부장은 지난 1일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진행된 경기신문과 인터뷰에서 ‘희망’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장 본부장은 약 24년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 예방 정책을 담당해왔던 ‘아동학대’ 분야 전문가다.

 

작년에는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장을 맡아 오다가 하반기부터 아동보호본부장으로 발령받아 학대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발생하면 그 아동이 ▲가정위탁 ▲입양 ▲보호시설 등의 방법으로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입양가정과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하도록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시설 등에서 아동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아동학대 ‘발생’ 아닌 ‘발견’ 높아져”…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 시급

 

그런 그가 최근 유독 깊은 고민에 잠겼다.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장 본부장은 아동학대는 ‘발생’하는 게 아닌 ‘발견’하는 것이라고 짚고 넘어갔다.

 

그간 아동학대는 만연해 왔으나 ‘정인이 사건’ 등 국민적 공분을 크게 샀던 사건이 터졌고, 그로 인해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높아지며 발견율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후 아동학대가 지속해서 발견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부부갈등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등 아주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이 존재했다.

 

장 본부장은 “아동학대는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 상황을 가장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 전가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장 본부장은 “양육 방법을 잘 모르는 부모들이 꽤 많고, 또 심리적으로 부모 역할에 대한 부담과 불안감도 많이 갖고 있다”며 “이런 걸 줄여주기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인식 개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간 우리는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것을 당연시 여겨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법 915조도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부모의 체벌을 ‘사랑의 매’로 미화시키는 규정으로 오인돼 왔다.

 

그 결과 아동학대 건수는 나날이 증가하게 됐고, ‘정인이 사건’이나 ‘용인 조카 물고문 살인사건’ 같은 끔찍한 결과를 우리는 목격했다.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지던 시기와도 맞물렸다.

 

이에 부모의 자녀 체벌 근거로 여겨진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지난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체벌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장 본부장은 “이제 우리는 아이를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부모님들은 아직까지 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이어 “부모 본인이 가진 틀 안에서 ‘때려서라도 잘 가르치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양육 기술이나 방법을 몰라 때리고 엄포하는 것이 아닌, 아이를 대하는 방법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갈등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방법으로는 ▲비폭력 대화 ▲모델링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관련 교육을 듣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등 많은 노력이 기울여져야 하는 만큼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장 본부장은 “양육과 관련된 교육을 들어서라도 올바른 양육법을 깨우쳐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아이와 갈등 상황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심호흡을 먼저 하고, 대화로 잘 풀어나가는 게 첫 단추”라고 했다.

 

 

◇ 학대 아동들 갈 곳 없어...대안은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과 ‘전문가정위탁’

 

우리는 민법 개정안 통과가 자녀에 대한 체벌과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동학대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아직까지 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이 부족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경기도 기준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8년 8387건, 2019년 9977건, 2020년 8964건으로 큰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신고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2018년 3033건, 2019년 3209건, 2020년 3639건으로 오히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 3월 30일 서둘러 ‘즉각분리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이거나 응급조치 후 보호 공백이 발생 또는 재학대 우려가 강해 조사가 필요한 경우 지자체의 보호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해아동을 분리해 아동일시보호시설에 임시 보호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 구축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학대 피해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 미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현재 경기도내 아동일시보호시설은 남부와 북부에 각각 한 곳밖에 없다. 두 시설의 수용 가능 인원은 최대 110명에 불과하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마찬가지로 도내에 13곳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곳을 모두 합쳐도 최대 90명(남아 28명, 여아 55명, 공용 7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는 신고건수에 비해 한참 부족한 규모라 학대피해 아동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복지부에서는 올해 쉼터 29곳 확충 계획을 내놓는 등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치여서 근심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장 본부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시행 중인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의 대상이 확대돼야 한다고 한다. 이 사업은 일반 가정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위기아동을 보호하는 사업이다.

 

장 본부장은 “현재 이 사업은 0세~2세 등 영유아를 대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며 “사업 대상을 확대한다면 시설 미비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 확대를 촉구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장 본부장은 “아이들은 쉼터나 일시보호시설 등 단체시설보다 일반 가정에서 훨씬 더 큰 안정감을 받는다”며 “모든 아이가 보호받아야 된다는 것이 전제인 만큼 이 사업의 대상, 즉 연령대가 확대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절대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장 본부장은 “사업이 확장되려면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의 노력과 협의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에서도 관련 계획 세우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건 사업이 잘 자리 잡는 것, 즉 국민의 참여다. 현재까지 이 사업에 참여한 가구는 전국적으로 700여 가구 수준. 현재 사업 대상인 0~2세 학대 피해 아동만 보호하기에도 벅찬 수치다.

 

그는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은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안전한 가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며 “꼭 신청하셔서 우리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그리고 안전한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장 본부장은 더불어 ‘전문가정위탁’도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으로는 최대 6개월까지 보호가 가능한데, 그 이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순수하게 지자체 예산으로만 진행되고 있는 이 전문가정위탁 사업마저도 현재 예산 부족 문제에 부딪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장 본부장은 “아동들을 빈틈없이 보호하려면 현재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가정이 전문위탁가정으로 전환돼 연장 보호가 진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법과 제도의 보완뿐만 아니라 정부의 많은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라고 했다.

 

 

◇ ‘희망’이란?

 

끝으로 그는 ‘희망’을 보호아동이 잘 성장하여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립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장 본부장은 “사실 요즘 학대 피해 아동들은 물론 일반 아동들까지 자립을 어려워 한다”며 “이 아이들이 더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출생에서 자립까지 국가 책임을 조금 더 강조하는 아동보호시스템을 갖추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향해 다음과 같이 감사와 당부의 말씀을 올렸다.

 

“국민 여러분이 아이들의 문제에 관심가져 주어서 아동학대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희망적입니다.

 

학대받는 아이들 발견을 넘어 이젠 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위해 건강한 가정이 필요합니다.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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