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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마지막 온라인 수업

 

우리 반 아이들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매일 등교한다. 교육부에서 2학기부터 전면 등교를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학교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우리 학교는 한 달 먼저 등교를 시작하기로 했다. 1년 4개월 만에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올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아이들을 매일 보려나 기대하던 찰나에 옆 학교에서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었다. 다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넘어가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다행스럽게 위기가 넘어갔다.

 

우리 반 아이들은 언제나 매일 학교에 오고 싶어 했다. 거리 두기 때문에 교실에서 별다르게 재밌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학교가 재밌냐고 묻자, “뭘 하든 학교에 가는 게 낫죠.”라고 말하곤 했었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등교 관련 설문조사를 봐도 고등학생은 등교를 원하는 학생이 26퍼센트에 머무르는 반면 초등학생들은 열 명 중 일곱 명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역사의 기록으로 사라질지 모르는 마지막 온라인 쌍방향 수업이었다. 어떤 내용으로 수업할까 고민하다가 교실에서 하지 못했던 음식 만들기를 했다. 6학년 실과에는 한 그릇 요리를 만드는 단원이 7차시 분량 정도 나온다. 등교했을 때 실습을 하기가 어려워서 콘텐츠로만 수업을 하던 차였다. 역발상으로 집에서 각자 요리를 하고 화면으로나마 함께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보통 음식 관련된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굉장히 재밌어해서 내심 열광적인 반응을 기대했다.

 

재료 준비 때문에 요리 만드는 수업을 하겠다고 미리 공지했는데 생각만큼 아이들의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다. 수업 전날 자신이 생각한 메뉴가 무엇인지 발표하면서도 별다른 설렘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온라인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는 건가, 아니면 6학년이라서 이제 먹는 수업으로는 즐겁지 않은 건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음식 만드는 수업 당일이 되어서 깨달았다. 단언컨대 초등학생들은 먹을 것과 관련된 수업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1년 가까이 쌍방향으로 수업하면서 아이들이 크게 웃는 걸 딱 두 번 봤는데 그중 하나가 오늘이었다. 평소에 수업할 때 화면 너머로 보이는 아이들은 파김치처럼 축 처져서 피곤해하거나, 눈동자가 다른 곳을 향해 있거나, 둘 중에 하나에 속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요리를 하는 수업시간만큼은 달랐다. 반에서 조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여자 친구 두 명이 수업 시간 내내 활짝 웃고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활기차게 수업에 참여하는 걸 봤으니 이 수업은 대성공이었다. 공유 화면으로 우리 반 전체가 나오는 모습을 띄워주고 한 사람씩 확대해가면서 요리 상황 중계를 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아이들이 자꾸 웃었다. 요리가 끝나고 완성된 음식을 화면으로 보여준 다음 기다리던 시식 시간이 찾아왔다. 먹으면서 각자 맛 표현을 했다. 재치 있는 요리 평가에 나도 아이들도 즐거웠다. 한 명의 친구를 제외하면 모두 자신의 요리에 몹시 만족해 하며 음식을 해치웠다.

 

수업을 마치면서 앞으로 모니터 말고 교실에서 만나자고 외쳤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들 듯 줄어들지 않아서 교육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너무 오래 집에 있었다. 이젠 학교에 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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