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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전쟁 첫 전투지 '죽미령', 이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

유엔군초전기념비, 옛 동판, KSC안내판 근대문화유산 등 죽미령 평화공원
지난 5월 20일 경기도 문화재 등록 예비심사 통과…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 확대 전망

 

지난 5월 20일 죽미령 평화공원에 있는 유엔군초전기념비와 옛 동판, KSC안내판 근대문화유산 등 3점이 경기도 문화재 등록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곧 정식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곳의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가 더해질 전망이다.

 

한국전쟁 당시 오산 죽미령 전투는 치열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직후 열흘 뒤인 7월 5일 서울에서 남하 중이던 북한군을 유엔군이 주요 통로인 죽미령에서 저지하기 위해 벌인, 한국 땅에서의 첫 전투였기 때문이다.

 

맥아더 장군 회고록에 "스미스부대의 오산 죽미령 전투는 부산 교두보 확보를 위해 피할 수 없었던 죽음의 작전이었다"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최후 보루였던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여줬고, 인천상륙작전을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전투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 UN군 치열한 첫 격전지 ‘오산 죽미령 전투’

 

오산은 예로부터 서울에서 충청·전라·경상도를 가려면 거쳐야 하는 교통 요충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오산 북쪽 죽미령은 독산성과 가깝고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곳에 있어 전쟁 발발 직후 서울에서의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한 저지선을 구축하기 좋은 전략적 위치였다.

 

개전 초기 유엔군 지상군 파병이 결정됨에 따라 미군 제24사단이 7월 1일 한국으로 급파됐다. 이들은 보병 대대장이었던 찰스 스미스(Charles B. Smith)의 이름을 따 소위 ‘스미스 특수임무부대(Task Force Smith)’로 알려져 있다.

 

같은 달 5일 오전 8시 16분부터 교전이 시작돼 6시간 15분 동안 전투를 치렀지만 병력과 무기의 열세로 스미스 중령은 오후 2시 30분쯤 퇴각을 결정했다. 이후 스미스 부대의 피해 규모는 181명이 전사·포로·실종됐고, 북한군은 전사 42명, 부상 85명의 피해가 난 것으로 각각 확인됐다.

 

스미스 부대가 받은 명령은 북에서 남하하는 적의 진군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으로, 전투는 비록 패했으나 유엔군의 참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북한군의 남진을 7일간 늦춰 전략적으로 승리한 전투라고 평가하고 있다.

 

■ 새로운 시작, 오산 죽미령평화공원 ‘평화의 상징’으로

 

죽미령 평화공원은 지난해 7월 5일 죽미령 전투 70주년이 되는 날 공식 개장했다. 전쟁 참화를 겪은 전적지라는 기념 장소를 넘어 화합과 상생이라는 미래지향적인 평화를 향해 나아갈 때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가치를 발한다는 컨셉으로 평화공원을 조성했다.

 

1950년 7월 5일 그날의 희생을 기억하는 '기억의 숲'을 따라 산책로가 있고, 숲 정상에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염원하는 대형 태극기와 전망대가 있다. 이곳의 평화 놀이터는 매주 주말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전장을 향하는 군인 형상의 물그림자와 방문객의 모습이 어우러져 일렁이는 거울 연못은 시·공간을 너머 당시 그들과 현재 우리가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한다.

 

유엔군 초전기념관은 2013년 4월 23일 개관한 공립박물관이자 국가지정 현충시설이다. 상설전시실은 6.25 전쟁 자료와 죽미령 전투에 참전했던 스미스 특수임무부대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연중 역사·평화 체험교육 및 특별전시를 운영 중이다.

 

유엔군 초전기념관이 기록·유물 전시 공간이라면, 스미스 평화관은 1인칭 시점으로 죽미령 전투 체험 장소이다. 전쟁을 겪지 않은 후세대들은 VR을 활용해 당시 스미스 부대원이 타고 온 C-54 수송기 안에서의 상황을 겪어보고, 아직은 전쟁 여파가 미치지 않아 평화로워 보이는 1950년 당시 부산-대전 간 기차 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한미간 우정의 역사, 한국전쟁 이후 66번의 추도식

 

죽미령에는 2개의 전투 기념비가 있다. 먼저 건립된 것을 옛 유엔군 초전 기념비와 새 유엔군 초전 기념비라고 부르는데, 이 기념비들은 가장 어려울 때 함께 했던 굳건한 한미 우호관계를 상징한다.

 

유엔군 최초의 전투에 스미스부대가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먼저 달려와 북한군과 대항했고, 죽미령평화공원은 한민족간의 아픈 역사인 6.25 전쟁에서 스미스부대원들의 희생을 기리며 한미 우호관계를 재확인 하는 상징물이다.

 

 

오산시는 매년 유엔군초전기념비에서 미군들과 함께 추도식을 해왔다. 지난해 7월 5일 66번째 추도식은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 개장식과 함께 개최했다. 한미연합사령관, 미8군 부사령관, 국가보훈처장, 제8대 유엔 사무총장과 주한미국대사 등 한·미 양국을 대표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제사회의 현안에 미국이 적극 관여해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과거 한국전쟁에 참전해 큰 희생을 치룬 스미스특수임무부대를 기리는 이곳에서, 한·미 정상이 다시 한 번 굳건한 동맹을 확인하고 통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의미 있는 울림이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남·북한, 미국의 정상들이 70년 전 최초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죽미령평화공원에서 다시 만나, 한국전쟁에서 UN군의 첫 격전지였던 이곳을 대화의 물꼬를 트는 화해와 협력의 장소로 탈바꿈 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지명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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