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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휴식과 안전을 위한 경기도 택시쉼터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빠름’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무심코 생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방향성 없이 빠르기만 해서는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수도 있고 또 진정으로 중요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얼마 전 급한 용무로 택시를 탔다. 수원 시내 특성상 도로 위 차량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움직이는 정도였다. 이때 내가 탄 택시 옆으로 다른 택시가 빠르게 지나갔고 차선을 급하게 바꾸며 위험천만하게 운전을 했다.

 

사실 수원 시내 도로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기에 무심코 지나가려 했는데 택시 기사는 ‘택시를 운전하다 보면 빨리 도착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택시기사는 ‘빨리 달려 승객이 원하는 시간 안에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이 택시 운전사의 능력’이라 생각하는 이도 더러 있다며 ‘안전운전 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인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내가 운전자일 때는 급하게 가는 택시를 나무라다가도 내가 승객일 때는 안전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신속함을 최고의 선(善)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도 내 택시운수종사자는 금년 6월 말 기준 약 4만명으로 평균연령은 59.2세며 이중 상당수가 일평균 1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고 있다. 일부 택시 운전기사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만성피로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협소한 공간에서 동일한 자세로 장기간 운전을 해야 하는 택시기사가 휴식없이 근무할 경우 순간 위기대처 능력이 저하되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육체적피로 뿐만아니라 기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 내에는 택시운수종사자들이 근무시간 중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택시쉼터가 14개소 설치·운영되고 있다. 쉼터 내에서 운수종사자들은 운동을 한다거나 대화의 장을 만들어 각자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쉼터 시설의 낮은 접근성과 휴게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일부 택시기사들은 쉼터 역할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연구원과 협력하여 택시 쉼터이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경기도는 쉼터 시설이 이용자의 휴식 또는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기구 확충은 물론, 기존시설을 활용한 10면 이상의 주차면수를 확보한다. 또한, 미설치된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지역별 특성에 맞게 택시쉼터 건립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은 현대인에게 중요시되는데 휴식이 노동의 즐거움만큼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휴식은 육체의 피로를 풀고 정신의 해방감을 토대로 일의 효율을 높이고 삶에 긍정적인 요소가 되도록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 평안한 상태이다. 

 

택시운전사의 업무에는 감정노동도 수반된다. 택시쉼터에서의 휴식이 업무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체력을 단련해 승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빠름의 미덕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는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좀처럼 내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도민의 안전운송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운수종사자들에게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준다면 침체되어 있는 택시업계에 활력을 더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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