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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누굴 위한 정책인가] 현실 무시한 정책 vs 탈시설은 장애인 기본 권리

반대 측 "시설퇴소는 우리(보호자)에게 사형선고"
찬성 측 "선택과 존중은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권리"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을 놓고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보호자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과 장애인의 인권을 권장하기 위해 탈시설이 필요하다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과연 탈시설일까. 지금이야 말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선행돼야 할 지 고민할 시점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② '탈시설' 이상과 현실의 줄다리기

③ 탈시설 찬반 대립…끝은 있을까

<계속>

 

장애인 탈시설은 논쟁의 불씨가 됐다. 인권 보호를 위해 탈시설을 해야한다는 입장과 제도적 완비를 구축한 후 탈시설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탈시설은 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으로 장애인 주거시설에서 겪는 각종 인권침해를 제도적으로 막는 취지로 만들어 졌다. 2009년부터 서울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탈시설 정책이 시행됐으며 중앙에서 본격적으로 시행을 추진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장애인 거주시설을 축소·폐쇄하고 인권침해시설을 조사해 제재하도록 하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도 지난해 12월 10일 입법예고 시스템을 거쳐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에 회부된 상태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탈시설 반대를 주장하는 측은 법안 중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10년 이내에 폐쇄하고 입소 정원을 축소하는 시설에 대하여 필요한 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큰 이유다. 이론상으론 충분히 이상적일 수 있지만 가족들과 현장 종사자들은 탈시설이 본격화 되면 가장 큰 피해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자립한 장애인을 도와줄 24시간 활동보조와 장애 유형에 맞는 주택 제공 등 구체적인 자립 지원 계획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설을 나가라고 하는 것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설퇴소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현실을 알린 이 글은 현재 1만4629명의 동의를 얻었다.

 

장애인과 가족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청원인은 "장애인 시설이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단체로 다니지 말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 몇 명씩 눈치를 보고 다닌다"며 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회 속에 스며들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한 보호자는 "지역사회로 자립할 수 있는 장애유형과 장애 정도의 경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모든 시설을 없애겠다는 것은 결국 가족들이 책임지라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시설 밖으로 나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장애인들도 선택과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허미연 함께하는 장애인 부모회 국장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이 없는 삶을 살 이유가 없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기본적인 욕구나 상황이 존중돼야 한다"며 "부모와 장애인 자녀가 함께 생활해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지역사회로 나와 훈련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연 모든 장애인들을 같은 틀에 맞추는 것만이 상책일지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복지 부문도 탈시설화로 가야하지만 보완해야할 점은 분명히 있다. 장애인들의 능력에 따른 주거형태와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연히 탈시설이 가족들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완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김은혜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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