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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메달이 없어도 괜찮아

 

 

올림픽 한 경기, 한 경기를 과몰입 상태로 보다가 인상 깊은 선수를 발견했다. 육상 높이뛰기에서 전체 4위를 한 우상혁 선수였다. 한국 선수가 높이 뛰기 결선에 진출한 덕분에 오래간만에 육상 경기를 실시간으로 봤다. 우상혁 선수는 경기 초반 굳어 있던 표정에서 벗어나 시종일관 웃으면서 하늘을 날았고, 2m 35cm를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2m 39cm에 도전했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지 못해 메달에서 멀어졌음에도 활짝 웃으며 ‘괜찮아’를 외치는 모습이 뇌리에 남았다. 우상혁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며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상혁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수영 황선우 선수도 메달권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기록에 만족한다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양궁 8강 경기에서 탈락한 김우진 선수는 인생이 어떻게 해피엔딩만 있겠느냐며 웃었다. 사격에서 은메달을 딴 김민정 선수도 비슷하게 인터뷰를 했다. 결승 슛오프가 너무 재밌었고 아직 어리니까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죄인 아닌 죄인처럼 인터뷰를 했다. 4년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생한 선수 본인이 제일 경기에서 잘하고 싶었을 거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클 텐데 사과까지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는 기사나 댓글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는 인터뷰가 많아서 그런지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기사나 댓글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게 보인다.

 

MZ세대 운동선수들은 성과측정의 기준을 스스로에게 두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든 본인이 행복하고 만족한 경기를 했으면 그만이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인에게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의 소감을 들어본 건 아니지만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다는 인터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올림픽 선수들의 멋진 모습에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본인의 기량을 펼쳤다면 결과에 만족한다는 내용은 아직까지는 교실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이상향에 가깝다.

 

우리 교육은 등수 매기기와 서열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문제풀이식 수업이 아닌 자유로운 탐구 과정을 경험한다 해도 당장 중학교에 가면 시험 점수가 중요해진다.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수능 시험으로 인생이 큰 부분이 좌우된다고 믿는 세상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중요한 가치 또한 등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수능이 아니면 학교 내신 성적이, 그것도 아니면 학생부 종합전형이 중요해진다. 어떤 식이든 줄을 세워서 판단하는 방식임에는 변함이 없다.

 

MZ 세대의 신인류들은 이미 기존의 줄 세우기를 한발 먼저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하는 이유가 결과보다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과 닮아있기 때문인 듯하다. 성실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과정에 임하며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 결과가 기대처럼 나오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여유. MZ세대 학생들은 이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데 학교와 사회가 응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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