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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생 후반기에 써내려간 김용태 시인의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회자될 수 있는 대표 시 남기는 게 나의 꿈”

 

‘살다보면 때로는 잊는 것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가 있나니, 하물며 그것이 사랑의 일이라면 사랑도 더러는 죄를 짓는 일이거니’

 

시집 표지에도 적혀있는 이 문구는 김용태 시인의 시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의 한 구절이다.

 

지난달 27일 세상에 나온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시인은 책을 내며 “아직 여물지 않은 글들이다. 놓아 보내자니 위태롭고 죄스럽다”면서 “모든 것들에게 감사해야 할 뿐”이라고 소중한 인연에 감사를 전했다.

 

김용태 시인은 2016년 제97회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에 당선됐으며, 문학사랑협의회 회원, 대전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느즈막이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쉰 살이 넘어 후반생을 살고 있다. 앞으로 미래에 태어날 나의 손주들과 더 나아가 후손들이 ‘우리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 물었을 때 내가 남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글 쓰는 재주가 있었다는 김 시인은 “등단한 후 이왕이면 내 이름 석 자로 된 시집을 남기고 싶어 습작을 열심히 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라는 책 제목의 의미를 묻자 저자는 불교의 연기법에 대해 설명했다.

 

김용태 시인은 “세상을 살다 보면 인연에 따라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고 운을 떼며 “한글창제 당시에는 여린히읗이랑 반치음이 있었다. 쓰임이 필요 없어 소멸됐지만 한글이 존재하는 한 쓰이지 않는다 해도 영원히 있는 것처럼 연기법에 따라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지만 정신적인 것은 남아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3부로 구성된 시집을 들여다보면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에 대한 작품이 눈에 띈다.

 

어릴 적 취로사업장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찾아가 점심 대용으로 지급된 빵을 얻어먹은 일화를 담은 ‘어머니의 끼니’ 속 소년 김용태는 ‘엄마라는 이름을 그 새처럼 부르며 울며 내려 온 그날 이후/ 비로소 죽순처럼 자란 내 소견과 당신의 끼니를 바꿀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호야등’에서는 철없던 시절 막차를 놓치고 칠흑같은 어둠 속 집으로 돌아가는 길, 멀리서 호야등을 흔들거리며 다가오는 아버지를, ‘우리 누이’에선 우물 속 같이 시린 누이의 가슴엔 고요처럼 괴어있던 눈물 꽃이 번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리헌석 문학평론가(충청예술문화협회 회장)는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감상하게 돼 기쁘게 반긴 바 있다. 작품의 주류는 불교적 깨달음과 그리움의 정서였고, 이들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 예술 작품인 ‘시’로서의 감동을 생성하고 있다”고 김용태 시인의 작품세계를 해설했다.

 

시인이 바람에 실려 보낸 말이 독자의 가슴에서 아름다운 감동으로 거듭나리라 믿는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이면우 시인 또한 “시인은 옛 가족, 마을 사람들, 붉은 땅, 낯선 방문객 등 두고 온 공동체를 줄기차게 불러낸다. 기억 속 모든 대상을 하나하나 불빛 비추고 쓰다듬는 내용, 함께 가겠다는 것이다”라며 김 시인의 작품을 음미했다.

 

끝으로 꿈에 대해 묻자 김용태 시인은 “누구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목표가 있을텐데 우리가 흔히 아는 윤동주 ‘서시’, 김소월 ‘진달래꽃’처럼 회자될 수 있는 대표적인 시, 시다운 시 하나를 꼭 남기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견우의 노래’

 

연두(軟豆)에서 홍엽(紅葉)까지의 거리를

당신과 나의 거리라고 할 때

 

당신은 꽃피는 시절에 살고

나는 열매 줍고 낙엽 쓸며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이렇듯

당신과 나의 거리는

무량한 것이어서

그 간절함은 신화 속에 있고

 

우리는 죄가 많아

당신, 베틀 얻고

나는 소를 가졌으니

이른 저녁, 서둘러 쇠죽을 끓였다

 

젖은 발의 그대, 이 밤

어디쯤 오고 있는가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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