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변호사회가 성범죄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기산한 대법원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보였다.
여변은 20일 "성폭력 범죄는 공소·소멸시효 완성으로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왔다"며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권리보호 의지를 보여 준 이번 판결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최근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 씨가 성폭력 가해자인 코치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김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또는 '불법 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으로, 김씨가 마지막으로 성폭력을 당한 2002년 8월을 기준으로 소송을 제기한 2018년은 성폭행으로부터 이미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 장기소멸시효 기산일은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됐을 때를 의미한다"며 "피고의 불법 행위에 따른 원고의 손해는 원고가 처음 PTSD를 진단받은 2016년 6월에 현실화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해 김씨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