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태권도를 대표해 다음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한국 장애인 태권도 대표팀의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세계 12위)이 2020 도쿄 패럴림픽 첫 경기를 마친 뒤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주정훈은 3일 오전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태권도 75㎏급(스포츠등급 K44) 16강전에서 세계 5위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에게 31-35(11-9 6-13 14-13)로 패했다.
1회전에서는 주정훈이 11-9로 우위를 점했다.
주정훈은 경기 시작 후 39초 만에 이살디비로프에게 몸통 차기 선제 2점을 내줬으나 연달아 3번의 몸통 공격에 성공하며 6-2로 앞서나갔다.
돌려차기로 3점을 받은 뒤 11-4까지 달아나자 "대한민국 태권도 파이팅!" 응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점 차로 앞서던 주정훈은 2라운드에서 상대에게 13점을 내주며 17-22로 역전을 허용했다.
3회전 시작과 함께 연속 돌려차기를 성공시켜 23-24까지 추격했지만, 승부가 뒤집히지는 않았다.
31-32로 끌려가던 경기 종료 10초 전, 몸통 발차기를 시도했으나 전자호구는 반응하지 않았고 상대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며 31-35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태권도에서는 패한 모든 선수가 패자부활전을 치르게 된다. 주정훈은 이날 오후 2시 30분 패자부활 8강에 나선다.
태권도는 도쿄 패럴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주정훈 홀로 출전해 '대한민국 최초의 태권도 패럴림픽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두 살 때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은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온 그는 사춘기가 온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을 그만뒀지만, 주위의 권유로 2017년 겨울 다시 태권도복을 입었다.
올해 5월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해 한국 최초로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태권도 국가대표가 됐다.
첫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에 들어선 주정훈은 "3회전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1점 차로 뒤질 때도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오른발로 두 번 차서 4점을 뽑겠다고 생각했다.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상대에 흐름을 내줬던 2회전에 대해서는 "상대의 돌려차기가 그냥 갖다 댔다고 생각했는데 전광판에서 (득점) 소리가 들리더라. 안 맞았다고 얘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신력이 살짝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이날 실전 준비과정엔 안타까운 오류도 있었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달리 선수 보호를 위해 기존 헤드기어(머리보호장구)에 투명 플라스틱 보호구(페이스실드)를 장착하는데, 대회 시작 전 결정된 사안이었지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주정훈은 "기존 훈련방식이랑 헤드기어가 달라서 시행착오가 있었다. 올림픽에서도 페이스실드를 안 차는 걸 봤고 우리도 똑같이 한다고 했는데… 더군다나 우리 종목은 머리 공격이 없어 더욱 안 끼는 줄 알았다. 상대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밑에서 오는 발차기가 잘 안 보여서 적응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로 대회를 끝낼 마음은 없다. 주정훈은 "남은 경기 더 열심히 잘해서 지는 일 없도록 하겠다. 진 것은 잊고 다음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주정훈은 "패럴림픽에 오기 전부터 '태권도 종주국인데 패럴림픽에 왜 혼자냐', 5월 쿼터를 따기 전에는 '왜 못 가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외국 선수들은 패럴림픽 채택 전부터 오랫동안 태권도를 해왔다. 선수층도 두껍다"며 "나도 1년 전에 들어와서 준비했지만 우리나라는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많이 늦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향후 선수층이 더 두꺼워지고, 훈련 육성도 하고, 경기도 많아지면 파리 대회엔 더 많은 선수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