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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독립운동 정신, 문화예술 콘텐츠로 만나다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기획시리즈 ⑦] 경기문화재단, 일제잔재 청산 위해 사업 추진
동상에 생명을 불어넣다. ‘소녀상은 살아있다’…최성환 작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중요"
소시민의 영웅담, ‘다이어리. 0328. 봄’…최지영 대표 "소시민들의 영웅스러운 삶 조명"

해방 76년째인 지금도 ‘친일 청산과 일제잔재 극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 모두가 동참해 찾아내고 뿌리 뽑아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갈 길이 멀다고 해 가지 않으면, 목적지는 그만큼 요원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의 행보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3·1운동 100주년이던 2019년부터 도내 친일잔재 조사를 시작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울러 ‘항일운동’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까지 활발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화독립’을 완성하는 날까지,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준비한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진정한 ‘문화독립’ 완성하는 날까지
② 일제잔재 청산, 지속적 실천운동 돼야
③ 일제가 두려워 한, 민속신앙과 전통
④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는 왜 사라졌나
⑤ 숨겨진 의미 알면 쓰지 못할 일제잔재어
⑥ 삼베 수의·유족 완장 장례문화, 전통 아니었다?
⑦ 항일 독립운동 정신, 문화예술 콘텐츠로 만나다
계속

 

 

 

3·1운동과 임시정부의 항일정신을 계승하고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경기문화재단의 ‘2021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추진 민간공모 지원사업’, 그 활동에 동참한 뜻 깊은 행사들의 소개를 이어가고자 한다.

 

경기문화재단 민간공모 지원사업 ① 동상에 생명을 불어넣다. ‘소녀상은 살아있다’

 

지난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기 수요시위 1000회를 기념해 최초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조각상은 1920~1940년대 조선 소녀들의 일반적 외모를 가진 단발머리 모습으로 의자 위에 손을 꼭 쥔 채 맨발로 앉아있다.

 

소녀상의 단발머리는 부모와 고향으로부터의 단절을, 발꿈치가 들린 맨발은 전쟁 후에도 정착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방황을 상징한다.

 

왼쪽 어깨 위 새는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과 현실을 이어주는 매개체를 뜻하며,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났거나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모든 피해자를 위한 자리이다.

 

‘소녀상은 살아있다’ 사진전을 기획한 ‘행복한 찍새’의 최성환 작가는 이 빈자리에 주목했다.

 

 

그는 “소녀상은 동상이지만 그 옆에 살아 숨 쉬는 사람을 앉혀 살아있는 우리가 소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사람들은 동상의 숫자를 늘려가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 작업의 한 부분이라 볼 수 있지만, 나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 중 한 사람이고 내가 처한 역사의 한 부분을 작업에 녹여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지난 6월 26일 김포한강중앙공원 평화의 소녀상을 시작으로, 양평물맑은시장, 일산문화공원, 동탄센트럴파크, 수원올림픽중앙공원 등 경기도 관내 5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전시를 준비했다.

 

최성환 작가는 “이전에 진행하던 인터뷰 사진 프로젝트 중 ‘소녀상은 살아있다’의 원류가 되는 기획의 첫 모델을 만나게 돼 본격적으로 기획을 하게 됐다”며 “2014년도 당시 혼자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 등이 복잡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려움 속 그는 경기문화재단의 ‘2021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추진 민간공모 지원사업’에 대해 알게 됐고, 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는 “소녀상이란 주제 자체가 일제 강점기가 남긴 하나의 잔재라 생각한다. 이런 것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고, 그런 파장이 국내외에서 길게 이어지고 있는 대상이자 메시지라 생각했다”며 “이런 점에서 소녀상을 선택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민들의 모금과 관심으로 만들어진 전국 150여 개 소녀상이 세워진 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어 촬영을 통해 소녀상을 가까운 이웃이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7년간 프로젝트의 첫 장을 마친 현재, 최 작가는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조심스럽게 해야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현재 없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보니 조심스럽다. 더 신중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람이란 소재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끝까지 오래 이어가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또한 “이번 사진전을 통해 과거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를 공유 및 전승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 있는 소녀상을 대상으로도 진행하고 싶다”며 “소녀상을 세우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은 시간 소요가 적다. 그런 사진 한 장이 전 세계 소녀상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리고 퍼트린다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항일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가 해방이 됐음에도 아직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항일이란 단어보다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면서 “아직까지 위안부 사건과 친일파에 대한 미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같이 잘못 이해되고, 정의되는 것을 바로잡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소녀상 하나를 세우는 것조차 일본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속, 살아있는 소녀상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일본정부에게 다시 한번 진실과 정의의 준엄함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 역시 그의 희망 중 하나다.

 

 

경기문화재단 민간공모 지원사업 ② 소시민의 영웅담, ‘다이어리. 0328. 봄’

 

1919년 3·1일 전국에 퍼진 독립을 향한 뜨거운 함성. 27일 후 경기도 광명시에도 그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광복이란 희망을 이룬지 76년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은 많다.

 

1919년 3월 28일 경기도 시흥(현 광명시 소하동)에서 일어난 대규모 만세운동, 우리의 글인 한글과 대한의 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는 일제잔재를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다.

 

‘다이어리. 0328. 봄’을 기획한 창작의숲 최지영 대표는 “경기도 광명시를 주활동 지역으로 하는 창작의숲은 예비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에 지역콘텐츠 개발과 지역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향유 및 공유, 창작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공연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광명의 그날’이란 작품을 통해 광명의 3월 만세운동에 대해 그린 후 올해에는 같은 주제로 ‘다이어리. 0328. 봄’으로 항일 역사를 알렸다.

 

 

1919년 3·1운동의 결과 조선총독부는 휴교령을 통해 학생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서울 배재고등학교를 다니던 최호천, 윤의병 역시 고향인 광명시 소하리로 돌아오게 되며 위대한 만세운동의 첫걸음을 뗐다.

 

3월 27일 오후 6시 30분 설월리에는 만세 소리가 울려퍼졌다. 스물한 살 청년 이정석은 혼자 만세운동을 하며 온 동네를 누볐고, 다음날 일본순사에 체포됐다.

 

이후 28일 이정석의 친구 최호천과 윤의병을 필두로 주민 200여 명은 이정석의 구출과 만세운동을 펼쳤고, 하루 뒤 주동자 7명은 체포돼 재판을 받는다. 이날 재판을 받은 7명 중 최호천과 윤의병을 제외한 5인은 농민으로 당시의 소시민들이었다.

 

뮤지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일본군이나 경찰, 일본인이 나오지 않고 독립의 희망과 한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 두려움 사이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 대표는 “이번 작품에선 한글 사용에 조금 더 중심을 두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이 은어나 외래어 사용빈도가 높다. 이런 부분이 안타까웠다”면서 “뮤지컬의 소재가 된 인물들은 두려움 속에서도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우리는 편하다는 이유로 이런 소중함을 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젊은 친구들에게 강압적으로 바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생각의 전환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지영 대표는 이번 공연을 통해 소시민들의 영웅담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뮤지컬은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사람들, 즉 소시민들의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이 영웅은 아니지만 그분들이 선택한 삶은 영웅스러운 것”이라며 “만세운동과 한글을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애국, 애민정신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항일 독립운동과 관련된 콘텐츠는 무겁다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냄새가 나는 작품이자 편하게 와서 보고 집으로 돌아가 한글에 대한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깨달을 수 있는 공연이 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공연을 기획하기 전 ‘항일’에 대해 어렴풋한 느낌만 있었다는 최 대표는 작품을 준비하고 마무리한 시점에서 자신 역시 그 소중함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한다.

 

최지영 대표는 “공연 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아, 그랬구나’라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감사함과 민족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됐다”며 “공연업계에서도 일제잔재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제부터라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데 배우들과 동참하기로 했다. 작은 부분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작은 행동이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강조했다.

 

‘다이어리. 0328. 봄’은 1919년 찬란한 만세운동 뒤편에 숨겨진 청년들의 희망과 두려움, 그것을 이겨내고 나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가장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혁명을 그렸다.

 

 

관심이 없다면 알지 못할 독립운동가의 인간적 삶에 집중해 당시 청년들의 삶 속 아픔과 그런 아픔조차 아름다웠음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문화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그들의 희생으로 지킨 대한의 정신과 문화를 이제 우리가 지키는 것, 그것이 2021년 현 시대 항일의 자세일 것이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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