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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 소견 없는 더부룩하고 불편한 속, ‘기능 이상’ 가능성 높아

아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 긴장과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아
특별한 원인 발견 못하는 소화기 증상... 근본적 유발 요인 찾아 치료해야

직장인 A 씨는 평소 복부 팽만감으로 늘 속이 불편했고, 또 소식을 해도 배가 부른 증상으로 인해 스트레스까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새벽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기침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 순례라도 하듯 돌아다니며 위 내시경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진 못했다. 그저 매번 똑같이 듣게 되는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렇게 또다시 몇 달째 약을 먹고 있는 A 씨의 고민은 여전하다.

 

이런 얘기는 어쩌면 ‘현대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하소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아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식도·위·배변 기능이상 클리닉) 이광재 교수로부터 속 시원하게 들어봤다.

 

 

최근 내시경 검사나 영상 검사 등에서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소화기 증상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목의 이물감, 음식이 가슴에서 걸리는 듯한 증상, 가슴이나 명치부위 쓰림이나 통증,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증상, 식후 소화불량증, 각종 변비 증상, 무른 변이나 설사, 과다한 가스, 변실금 같은 증상 등이다. 

 

하지만, 병의원을 방문해도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고,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이광재 교수는 “이런 경우는 기능이상이 원인 기전일 가능성이 많지만, 이는 내시경 검사나 영상 검사 등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들 검사에서 특별한 소견이 없으면 오히려 기능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런데 식도, 위, 대장 및 항문의 기능이상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검사에선 특별한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기능이상은 ▲정상적인 자극도 과다하게 느끼는 감각기능의 이상 ▲운동이 저하돼 삼킨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는 운동기능의 이상 ▲내장 근육이 과다하게 수축하거나 이완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증상들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목의 이물감이나 불편감으로 시행한 내시경 검사에서 역류성 인후두염 소견이 있다고 했지만, 실제 내시경 소견과 증상과의 연관성이 없는 경우도 자주 있다”면서, “특히 약물치료에 반응이 부족한 경우 역류가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역류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내시경 검사에서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경우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뚜렷한 미란(糜爛·피부, 또는 점막의 표층이 결손된 것)을 보이는 진짜 역류성 식도염 보다는 미세변화 역류성 식도염을 역류의 증거로 들기 때문이다. 

 

식도 및 하부식도조임근의 기능이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삼키는 작용을 보는 기능검사, 식도의 운동을 측정하는 식도기능검사, 실제 역류의 양을 측정하는 보행성 식도산도-임피던스 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 내시경 검사에서 흔히 진단되는 만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도 일반적으로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

 

실제로 명치부위 쓰림이나 통증,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증상, 식후 소화불량증 같은 증상들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경우는 위나 십이지장의 기능이상이 가장 중요한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특별히 원인이 될 만한 기질적인 병이 없을 땐 기능이상에 의한 것으로 보고 약물치료를 시행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광재 교수는 “몇 달씩 약을 먹으면서 그냥 꾸준히 먹다보면 좋아지려니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다가 또 약이 잘 듣지 않으면 다른 병원을 찾아 간다”면서,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주변 환경과 생활 요인, 정신적 상태인 기분, 긴장이나 스트레스 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부분을 먼저 점검해서 해결할 수 있으면 약을 안 먹어도 될 만큼 좋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이 위장관의 신경에 영향을 미쳐 기능이상을 유발한다는 게 ‘위장관 기능성 질환’의 병인, 기전이라는 말이다. 환자들의 대다수가 아주 예민하고 불안하며, 긴장돼 있고 잠을 잘 못자는 것으로 확인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위장관의 기능은 신경과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고, 대부분 뇌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감정, 스트레스, 정신적인 상태, 긴장, 불안, 우울, 수면의 질, 몸의 컨디션 등이 신경과 호르몬을 통해 위장관의 기능이상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니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이런 요인들을 관리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교수는 “요즘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건, 인간관계가 각박해지고 사회적인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생활에서 오는 긴장도 많고 스트레스도 심해지기 때문일 것”이라며 “잠을 잘 자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배변도 규칙적으로 하는 생활리듬을 가져야 위장관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변에 대한 불편감도 대장내시경이나 영상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가 더 흔하며, 이런 경우 기능성 변비, 기능성 설사, 과민성 장증후군 등으로 진단되는데, 기능성 변비는 식이 부족, 운동부족, 대장운동의 저하, 항문직장 부위의 배출 기능이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식도, 위, 배변 기능의 이상으로 인한 증상들은 일반인이 자주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질환들이지만 모두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고, 그 원인이나 기전이 다양해 적합한 진단과 치료에 대한 이해는 물론 정확한 정보 습득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발생 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매스컴과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이 잘못된 경우가 적지 않고, 의료기관에서도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다 보니 검사가 정상일 때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니 반드시 전문적인 상담과 진료, 검사를 받아야겠다.  

 

이 교수는 특히 ‘수술에 대한 환상’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기능성 위장 질환은 사실 암 수술보다 어려운 수술이다. 왜냐하면, 암은 진단에 따르면 되지만, 기능성 질환은 증상과 요인이 굉장이 다양해서 적응이 되는 환자를 골라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마음을 편하게 갖고 습관만 고쳐도 상당부분 호전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좋다. 수술은 한 번 하고 나면 이전으로 돌릴 수 없는 만큼 전문가가 권할 때에만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1995년부터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에서 근무해 온 이광재 교수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해당 분야 해외연수를 다녀온 이후 관련 연구들을 지속하고 있다. 또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에서 상임 이사진으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 간은 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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