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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양말목 업사이클링

 

환경교육을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재활용이다. 우리가 평소에 분리수거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다시 사용되는지 알면 분리수거를 귀찮아하던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면서 참여한다. 환경 수업에서 페트병을 모아서 새롭게 만든 의자나 소파처럼 큰 가죽을 잘라 지갑이나 가방으로 재창조하는 건 너무 자주 해 온 이야기였다. 새로운 수업 아이템을 찾던 중에 ‘양말목’을 알게 되었다.

 

처음 ‘양말목’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무의 한 종류인 줄 알았다. 이름 끝에 ‘목’이 들어가는 행운목처럼 양말처럼 생긴 작고 귀여운 식물을 떠올렸다. 다른 선생님들도 단어를 듣더니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목재의 종류냐고 되물었을 정도로 생소했다. 글자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데 이 아이템으로 어떤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아리송했다.

 

양말목은 양말을 만들고 남는 천을 말한다. 공장에서 양말을 제작할 때 뚫려있는 앞코를 꿰매고 윗부분을 잘라내면 머리끈 모양의 천이 남는데 이게 양말목이다. 양말 한 켤레에는 양말목 하나가 반드시 탄생하고 대부분 그대로 버려진다. 끈 하나가 얼마나 많은 양이 될까 싶지만 하루에 몇천, 몇만 켤레의 양말이 만들어지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다.

 

버려지는 양말목 천 조각을 모아서 공예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는 환경 수업에 적용하기 좋았다. 가방이나 슬리퍼 같은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일 자체가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수업인데다가 재활용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양말목 공예로 만들 수 있는 물건들은 컵 받침, 바구니, 텀블러 백처럼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을 골랐다. 아이들이 평소에 작은 사이즈의 크로스백을 자주 메고 다니는데 양말목 가방이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업하기 전에 연습 삼아 몇 가지 색의 양말목을 주문해서 큰 가방 하나와 작은 가방 하나를 만들었다. 끈으로 엮은 가방인데 생각보다 튼튼하고 디자인이 예뻤다. 손재주가 없는 편인 나도 쉽게 만들었고 결과물까지 훌륭하게 나왔으니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학년에서 다 같이 양말목 수업을 하기로 해서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연습해보고 나서 쉽게 만들 거란 생각을 버렸다. 코의 첫 줄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른들도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결국 양말목 공예 수업은 나를 포함해서 하루 먼저 만드는 방법을 배운 4명의 아이들, 다른 반 선생님들이 총출동해서 이루어졌다. 초반에 틀 잡는 부분까지만 성공하면 다음부터는 똑같은 방식이 반복되어서 비교적 난이도가 쉽고, 많은 사람이 도우미 역할을 해준 덕분에 수업이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간만에 노작 활동을 하면서 웃음꽃이 피었다. 1학기에 했던 바느질은 아이들이 수업 내내 고통스러워하다가 쉬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해방을 외치며 빠르게 책상 위에서 치웠다. 반면에 양말목은 한 땀 한 땀 만드는 게 어렵지 않은 데다가, 작품 하나가 금방 완성될 것처럼 보여서인지 아이들 모두 다음 시간까지 수업을 연장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수업 시작할 때 업사이클링의 내용을 자세히 배운 것도 의미 있는 데다가 재미까지 있었다. 재미와 의미를 한꺼번에 잡는 수업은 흔치 않은데 양말목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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