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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스토킹 피해’…세상의 시선이 두려워진 사람들

스토킹 처벌법 지난달 시행…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계기
강력해진 처벌, 신고는 3배 이상 급증…첫 구속 사례도
일각에선 실효성 의문…혐의 적용 애매, 피해자 보호 미흡

 

20년 넘게 계류하던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달 21일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범죄 범위, 지속성 등이 명확하지 못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고 살아가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한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신문은 기획보도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진 사람들’을 통해 스토킹 처벌법의 개선점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스토킹 피해…세상의 시선이 두려워진 사람들
<계속>

 

하루에 수 백 통씩 쏟아지는 문자. 누군가 매일같이 집과 직장을 찾아오는 불안함. 죽고 싶을 만큼 끔찍하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워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이들을 우리는 ‘스토킹 피해자’라 부른다.

 

‘스토킹’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 등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동이다.

 

과거 ‘스토킹 범죄’에 대한 마땅한 처벌법이 없어 피해자들은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고 숨죽여 살아왔다. 스토킹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고작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스토킹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1999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22년 만이다.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된 것은 ‘서울 노원구 세모녀 살인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난 3월 김태현(25)이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20대 여성이 연락을 거부하자 스토킹하다 집으로 찾아간 뒤 여동생과 어머니 등을 차례로 살해했다. 스토킹이 실제 심각한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경기남‧북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4일 기준 421건의 스토킹 범죄 사건이 접수됐다. 북부경찰청의 경우 법 시행 전 하루 2.2건이던 스토킹 범죄가 6건으로 늘어나는 등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구속 사례도 나왔다. 안성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전 직장 여성동료를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며 만남을 요구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괴롭힌 혐의로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스토킹 처벌법은 가해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이하의 벌금, 흉기로 위협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스토킹에 대해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 휴대전화와 이메일 등을 제한하는 명령이 내려지고 이를 위반하면 유치장 등에 구금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지속성과 반복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애매할뿐더러 ‘피해자’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동거인, 가족, 주변 지인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스토킹 처벌법의 맹점으로 ‘반의사불벌죄’를 꼽는다. 반의사 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스토킹 피해자 대부분이 수사 과정에서 과거 친밀감과 신뢰를 쌓은 대상에 대해 처벌의사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을 판단하는 지속성과 반복성을 한두 번으로 봐야할지, 세네 번으로 봐야할지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아직 판례도 없기 때문에 (판단 근거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그동안 스토킹 처벌 근거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스토킹 처벌법 존재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가해자가 있으면 피해자가 있듯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방안과 조치도 법안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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