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획]피해자 권리 외면?…‘반의사불벌죄’가 뭐길래

반의사 불벌죄 명시…피해자 의사 따라 가해자 처벌 피해
전문가들 “삭제 해야”…1개월 응급조치 기간 명시도 문제

 

20년 넘게 계류하던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달 21일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범죄 범위, 지속성 등이 명확하지 못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고 살아가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한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신문은 기획보도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진 사람들’을 통해 스토킹 처벌법의 개선점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스토킹 피해…세상의 시선이 두려워진 사람들

② 피해자 권리 외면?…‘반의사불벌죄’가 뭐길래

<계속>

 

경범죄로 다뤄졌던 스토킹 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가 한층 강화된 법안이 지난달 21일 시행됐지만 범죄 억제 효과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태료에 그쳤던 스토킹 범죄를 3~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지만 재발 방지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 처벌법)의 맹점으로 ‘반의사불벌죄’를 꼽는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이성을 상대로 지속적인 괴롭힘, 협박 등으로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하면 수사는 바로 종료된다. 

 

피해자의 생각이 바뀌어 다시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가해자가 온갖 방법을 동원,  회유를 시도해 피해자를 설득시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의사 여부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할 여지도 있다. 스토킹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느꼈어도 수사 과정에서 과거 친밀감과 신뢰를 쌓은 대상에게 처벌의사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의정부에서 한 남성이 3개월 전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세 차례 찾아갔다 경찰에 체포된 뒤 피해 여성이 처벌 여부를 고민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혀 석방됐다.

 

스토킹 범죄 처벌과정에서 피해자 의사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토킹 범죄가 한 이성에 국한되지 않고 다수의 이성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보다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 바탕은 스토킹이 실제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를 억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스토킹 처벌법에 명시된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서 2013년 6월 정부는 성범죄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친고죄,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삭제했다. 이로 인해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법무법인 해율 김범기 변호사는 “스토킹은 성범죄는 아니지만 2차 범죄가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면서 “스토킹 처벌법에 명시된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하는 것이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 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 기간을 명시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은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유치장 등에 구금된다.

 

그러나 접근금지 거리도 짧고, 긴급응급조치 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폭력상담소 이소희 소장는 “스토킹은 반복해서 괴롭히는 행위인데 기간을 명시한 것은 잘못된 부분”이라며 “현행법의 오류를 개선해 어떻게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