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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천인상응(天人相應)

 

 

깊은 가을이다. 알록달록 단풍이 산천을 수놓는다. 절기는 입동이 지나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는 노래를 종종 튼다. 가사가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는 풍경과 잘 어울린다. 특히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솓아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라는 구절이 특히 울림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살 때가 많지만 문득 멈춰서 돌아보면 정말 삶에서 어느 하나도 오롯이 혼자서 이룬 것이 없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그순간까지 이 우주, 지구에서 만물들과 주변의 인간들과 함께 서로 영향을 받으면 살아간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천인상응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의 생명활동이 자연계와 상응한다는 개념이다. 천은 자연계를 뜻하며 상응이라는 것은 자연계의 변화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때 인체는 반드시 자연계에 상응하는 반응을 일으킴을 가리킨다.

 

응(應)은 감응(感應)을 뜻하는 것으로 자극과 반응으로서의 감응은 똑같이 조율되어 있는 악기가 공명하듯이 하나의 변화는 다른 것에의 변화를 초래하는 생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의 생명을 기르는 것은 타인의 생명을 기르는 것과 떨어져 있지 않으며 인간의 생명을 기르는 양생은 이 지구의 모든 동식물의 생명을 포함한 자연을 보존하고 가꾸는 것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넷플릭스 다큐 "씨스피러쉬(Seaspiracy)"에서 어렸을 때부터 바다를 사랑한 내레이터 ‘알리’는 충격적인 바다생물의 남획으로 인한 죽어가는 바다에 대해 보도한다. 경찰의 감시와 미행을 부리치고 단지 참다랑어 남획을 위해 대량으로 돌고래를 죽이는 현장을 취재하고, 삭스핀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지느러미만 잘리고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를 보여준다.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이 해양오염의 주원인이라고 환경단체는 주장하나 정작 해양쓰레기의 46퍼센트가 그물이다.

 

"카우스피러쉬(Cowspiracy)"에서는 공장식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18퍼센트로 자동차, 트럭, 비행기 등의 배기가스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말한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살을 찌우기 위해 투여한 성장호르몬제와 건강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투여하는 항생제 등은 섭취하는 인간에게 환경호르몬과 독소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소목축은 아마존 벌목의 가장 큰 원인인데 최근 벌목된 땅의 80퍼센트가 목초지로 사용되었다 한다. 지구온난화, 해수면 온도 상승, 파괴되어가는 오존층, 기업의 산업폐기물로 인한 오염 등은 직접 나의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에 대한 이러한 착취는 고도화되고 복잡해진 자본주의사회도 인간이 처한 환경과 닮아 있기도 하다.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의 언급처럼 현대인은 과잉긍정성과주의 사회속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 자신을 착취한다.

 

21세기의 양생은 이러한 인간과 자연 사회의 관계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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