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에서 포도농장을 운영하면서 1998년부터 매년 '포도밭 작은 예술제'를 열고 있는 류기봉(39) 시인이 신작 시집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이빨처럼 희다'(글나무 刊)를 내놓았다.
시인은 "누구 포도나무의/눈물을 보신 적이 있나요./사람의 눈물과 같이 투명하지만/비리고 짜지는 않습니다"('나무들의 눈물' 중)라며 초봄에 가지를 전정한 마디끝에서 나는 수액을 눈물에 비유했다. 이처럼 수록작들에는 농부시인의 체험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시인에게 포도나무는 경제적 밑천일 뿐만 아니라 구원자이자 자식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시인은 "나의 포도나무는 살아 있는 예수다./버팀목 십자가에 포도나무양팔을 벌려 논다."('껍데기 예수' 중)거나 "30년동안 내게 옷 주고 집 주고 학비 주고 시인 되게 해준 나무, 지금 나의 아이들 학비 위해서 마지막까지 일을 하는 나무"('반 곱슬 머리나무' 중)라고 묘사한다.
"해가 뜨면 광화문으로/해가 뜨면 광화문으로//양복 입고 구두 신고/빌딩 숲을 걸어보고 싶었다."('포도나무는' 중)거나 "가수 윤시내의 이름이 걸려 있는 열애라이브카페에 갔다./(중략)/포도 한 송이가 일천 원인데,/아내는 포도 열다섯 송이 값으로 커피를/나는 포도 열다섯 송이 값으로 맥주를/마셨다. 아, 열애 아, 열애"('아, 열애' 중)라는 시편에는 농부시인의 심정과 생활상이 꾸밈없이 묘사돼 있다.
시인은 "나무에게 밥을 주었습니다./돼지똥하고 톱밥/을 발표시킨 퇴비,/지하 40미터에서/캔 석회가루, 한약가공공장에서 부스러기로 나온/한약가루를 나무에 뿌렸습니다./(중략)/나무의 용량보다 더 열매가 달려야 안심이 되는/영농법, 그런/영농법은 이제 나무의 거름으로 땅 속에 넣어두어야 합니다"('나무의 밥' 중)처럼 특유의 유기농법을 시로 쓰기도 했다.
102쪽. 7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