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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언론은 유명인의 확성기가 아니다


지난 22일 이재명 39.5%, 윤석열 40%라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윤석열 후보 캠프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를 받아 쓰는 언론도 있다”며 “혹세무민의 여론조사를 규제할 방법은 없는가”라고 했다. 많은 언론이 이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같은 날 개그맨 강성범 씨의 유튜브 채널도 뉴스원으로 등장했다. “정권을 재창출해서 다음 정부가 이 정부를 계승한다면 부동산 폭등에 대한 ‘원죄의식’이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부동산을 잡으려고 머리카락을 세울 것이다. 근데 정권이 넘어가면 ‘우리가 한 거 아닌데’라며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낮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3일 김종인 씨의 윤석열 선대위 합류 문제가 난항을 보이자 이를 두고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이라고 화력지원을 해주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요지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스스로 정파적 발언을 했음을 자인했다.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은 속보성으로 기사화된다. ‘모르는 게 없는 분’이라 기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미끼 취재원이다.


세 사례는 최근 유명인들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방송을 그대로 인용해 기사화하는 전형들이다. 유명인이면서 정치적 주장을 담은 글이라 언론이 구매하고 싶은 충동 기사로 안성맞춤이다. 자극적인 발언들을 검증 없이 기사화하는 관행이 굳어지면서 주류매체조차 SNS 스타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


왜 이럴까? 기자들의 객관 보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다. 유명인이 어떠한 주장을 하면, 그 내용을 전달하면 되고, 필요할 경우 반대편 주장도 기사화하면 객관 보도를 한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반대편 주장조차 다루지 않는 최악의 단계로 치닫고 있다. 누군가 말하면, 보도한다. 진실 여부는 상관없다. 이런 저급한 보도 행태는 극단적으로 사회를 양분한다. 언론이 건강한 여론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멀게 한다.


기자는 진실의 확인자여야 한다. 사실의 진실성을 검증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 기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힘든 디지털 시대엔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 기사의 주인은 기자이고 언론사다. 기자가 전화 확인 한 번 하지 않고 유명인의 페이스북이나 발언을 실어나르는 행태는 건강한 기자의 자존감마저 짓밟는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는 이런 잘못된 저널리즘을 한국언론의 심각한 병증이라고 말한다. 그 원인이 ‘He said, She said 저널리즘’에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 기자 사회가 새겨야 할 경구다.


기레기라는 모욕적인 언어를 감수하고 살아가는 언론 상황이다. 좋은 기자가 없이 좋은 언론을 기대할 수 없다. 일류 언론은 일류 국가의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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