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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화’하는 미디어 시대에서 또 다른 ‘진영’을 꿈꾸다

백남준아트센터,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 展
미디어 기술이 약속한 전망 비판하고 ‘이후’ 모색

캠프,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 각지 영상물 담아
8개 스크린 '무빙 파노라마'설치, 비디오 에세이

백남준이 예술 매체로 개척한 CCTV 카메라로
구도심과 도시재생 현장의 새로운 '영화 만들기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 27일까지 국제예술상 수상작가전인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展이 열린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세계 각지에서 제작한 주요 영상과 작업을 ‘비디오 에세이’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도심과 외곽지역을 8개 스크린으로 담은 ‘무빙 파노라마’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백남준이 예술 매체로 개척한 CCTV 카메라로 새로운 영화 만들기를 실험하고, 미술관·시네마·아카이브·웹사이트를 서로 교차하며 현대 미디어 예술을 탐구한다.

 

 

◇ 협업 스튜디오 ‘캠프’, 현대 미디어 환경 비판하고 그 ‘이후’ 제안

 

지난해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작가인 ‘캠프’는 인도 뭄바이에 기반을 둔 협업 스튜디오다. ‘CAMP’라는 이름은 4개의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조합한 것으로, ‘미시적 힘에 의한 공유지(Commons According to Micro Power)’, ‘컴퓨터 예술 혹은 윤리적 정치(Computer Art or Moral Politics)’ 등을 의미한다.

 

이 같은 약어처럼 ‘캠프’는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시민과 협업해 미디어의 문턱을 낮추는 참여적 작업에 초점을 맞춰 시스템과 기술 하부구조를 탐색한다.

 

‘캠프’는 작가명이자 ‘진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작가들은 현대 네트워크 미디어 환경을 비판한다. 거대 미디어 인프라가 우리 삶과 가치 체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이 약속했던 전망에 ‘이후’를 제안하는 것이다.

 

‘캠프’는 2007년 ‘샤이나 아난드’, ‘아쇼크 수쿠마란’, ‘산제이 반가르’가 주축으로 결성했다. 이들은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몸으로 직접 부딪혀 테크놀로지를 다룬다. 불안정하고 빈틈이 있으며, 논쟁적인 기술의 모습을 예술 무대로 삼는다.

 

이들 작업은 인도뿐만 아니라 뉴욕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 등 세계 유수의 미술 현장에 소개됐다. 인도 뭄바이 추임마을에서는 15년 동안 옥상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 무빙 파노라마

 

뭄바이, 맨체스터, 예루살렘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그간 ‘캠프’가 작업한 주요 작품들이 대형 스크린들의 무빙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파노라마는 관람객에 360도 모든 뷰를 보여주면서 가상현실처럼 여러 장소를 여행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치다.

 

파노라마 고유 시점으로 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펼쳐지는 영상은 ‘전시란 무엇인가’는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8개 스크린이 모여 42분 동안 이미지, 사운드, 텍스트를 주고받으며 관객에게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 카메라의 라이브 안무

 

‘캠프’는 구도심과 도시재생이 공존하고 있는 서울 을지로의 대림상가 건물 옥상에 CCTV를 세워 주변 지역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냈다. 팬, 틸트, 줌 기능을 이용해 다양한 속도와 거리에서 움직이는 카메라는 운동성 및 율동감을 갖고 도시 경관을 포착한다.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상영됨으로써 전시실과 을지로는 하나의 시공간을 이루게 된다. 이 라이브 스트리밍은 cctv.camp에서도 볼 수 있다.

 

백남준이 1960년대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예술 매체로 개척한 지 60여 년이 흐른 지금, CCTV 카메라로 새로운 영화 만들기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이 작업을 위해 서울에서는 최태윤 작가와 서울익스프레스의 전유진, 홍민기 작가가 협업했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캠프’는 CCTV(폐쇄회로)를 예술의 매체로 개방하고 지역 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활용한다”며 “이 카메라가 상승과 하강하는 움직임에서 다양한 의미가 생성된다”고 소개했다.

 

 

 

◇ 비디오 아카이브에 대한 제안

 

‘캠프’는 베를린 ‘0x2620’의 얀 게르버와 함께 개발한 미디어 아카이브 시스템으로 백남준아트센터 아카이브에 소장된 비디오들을 가공, 분석해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다.

 

‘0x2620’의 오픈 소스와 웹 애플리케이션은 시간 기반 주석 달기, 타임라인 뷰, 에디트와 코멘터리 기능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비디오 작품을 비롯한 여러 포맷의 영상 소스와 푸티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다각적으로 분해하여 상세한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연장선에서 선보인 ‘njp.ma’는 세계 유일의 백남준 비디오 아카이브 서비스를 보유한 파일럿 프로젝트다. ‘캠프’는 2008년 온라인 비디오 아카이브 ‘파드마’를 시작으로, 인도영화사에 관한 indiancine.ma(2013), 아시아아트비엔날레의 비디오 프로그램인 phantas.ma(2021) 등을 운영해왔다.

 

김 관장은 “‘캠프’의 예술적 지향은 미디어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회가 또 다른 ‘진영’을 이룰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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