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3일 서울시내 모 대학이 수시 1학기 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통해 서울 강남.서초구 학교 재학생들에게 최대 10%의 혜택을 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국회 교육위 이주호 의원(한나라당)이 최근 초.중.고교생의 지역.학교별 학업성취도 격차가 뚜렷하고 서울지역내 학력 차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 자료를 발표한 뒤 `고교 평준화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특히 교육부와 교육혁신위가 2008학년도부터 학교간 격차는 인정하지 않고 내신위주 대입전형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반면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지 않고서는 내신 위주 대입전형이 어렵다고 맞서고 있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력저하.격차, 평준화 탓' 논란 = 이주호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이던 지난 2월에도 이번과 같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1년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분석, "비평준화지역 고교생들의 성적이 시간이 갈수록 평준화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평가원은 남녀간.과목간.지역간 학력격차를 파악하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 등을 알아보기 위해 매년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재학생의 1%를 샘플링, 학업성취도 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별 성적은 샘플링한 학교가 각 지역 대표성이 없고 모집단이 적은데다 교육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당시 비평준화지역 고교가 비슷한 수준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만큼 학습효과가 높은 데다 우수학생 유치 경쟁을 하면서 우수교사를 고용하고 더 효율적인 교육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평준화지역 고교는 학습능력에 큰 차이가 있는 학생들이 한 학교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은 상위권 학생대로, 하위권 학생은 하위권 학생대로 학습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이 거듭돼 평균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학교격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료를 내놓음에 따라 대입전형에서의 고교간 격차 인정, 즉 고교등급제 허용 논쟁이 이슈가 되고 있다.
2008학년도부터 수능성적이 9등급제로 바뀌게 돼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학생부 성적을 위주로 대입전형을 하려면 고교간 격차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대학들의 주장이다.
앞서 어운대 고려대 총장은 "고려대의 경우 수능과 학생부 모두 1등급이 지원할 가능성이 커 변별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고교간 학력격차가 엄연한 현실인 만큼 이를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일부 사립대가 이미 수시모집 등에 학교.지역에 차별을 둔다는 소문도 일선학교나 학원가 등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실정이다.
이주호 의원도 "고교별 학력격차가 분명하고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어 학교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새 대입제도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주요대 입학처장 회장단이 지난 10일 모임을 갖고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며 고교등급제와 대학별 본고사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겨 파장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교조 `고교등급제 적용은 유사 이래 최대 입시부정'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내 모 대학이 수시1학기 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통해 서울 강남.서초구 학교 재학생들에게 최대 10%의 혜택을 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평균 석차백분율을 기준으로 강남.서초구와 비강남권의 학교에 대한 성적반영 기준이 달랐다"며 "대체로 비강남권보다 강남.서초구가 적게는 1%, 많게는 10% 이상의 혜택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학은 1단계 전형에서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이고 기타 전형(자기소개서, 추천서, 수상경력, 자격증, 외국어 능력시험 등)이 25%이기 때문에 기타 전형에서 변별을 했다고 하더라도 비강남권 최상위권 학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공통적으로 기타 전형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전교조는 최종 합격생 숫자에서도 강남.서초구 5개교 출신이 비강남권 17개교를 합친 것보다 4.5배 많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이같은 사정은 다른 주요 사립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고교등급제 적용을 유사 이래 최대 입시부정 사건으로 규정, 수시모집 무효화를 위해 법적대응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본고사 부활 및 고교등급제 논란을 야기하는 입시개선안 추진을 중단하고 범국민적 합의기구를 통해 대학서열화 완화와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적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교사선언도 발표했다.
▲교육부는 `고교등급제 불허-평준화 유지' 일관 =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고교등급화는 허용할 수 없으며 고교간 격차를 전형에 적용했다는 의혹이 있는 대학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자체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안 부총리는 최근 각계인사에게 보낸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라는 제목의 서한문에서 "교육부가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새 대입제도 개선안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고교간 학력격차의 존재 여부와 고교등급화 허용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교육부의 일관된 입장은 '고교간 학력격차 인정'과 '고교등급화'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총리는 "개선안 시안에서도 전국 단위 수능시험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고 이런 전국 단위 시험을 통해 개인간 격차가 반영되는 만큼 이에 더해 이른바 고교등급화를 통해 내신성적 평가시 학교 차이를 반영할 경우 개인의 능력과 무관한 전형요소를 적용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많은 연구에 의하면 여러 전형요소 중 내신성적과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학생의 잠재력과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을 평가하는 내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라고 주장했다.
특히 내신평가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평가이지 학교에 대한 평가가 아니고 설령 고교간 평균적 학력격차가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그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 개개인의 격차를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교등급화가 허용되면 실질적으로 고교 서열화를 부추겨 진학경쟁이 과열되고 우수 학군 위장 전입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