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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필터링, 위챗과 유사”…‘n번방 방지법’ 검열 논란

이미지·영상 전송 사전검토…“명백한 검열” 반발
“모호한 ‘불법정보’ 정의, 표현물 검열 가능성 높아”
“도메인→내부콘텐츠 확대…위챗과 무엇이 다른가”

카카오톡이 오픈채팅방(이하 오픈챗) 콘텐츠 전송에 대해 사전 검토하는 등 ‘n번방 방지법’에 따른 불법촬영물 관리 조치 의무가 검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오는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톡에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가 적용된다. 동영상·이미지·압축파일을 전송·공유할 시, 인공지능(AI) 기반 탐지 프로그램이 이를 검토하고 전송을 허용·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8월 고시한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가 적용된 결과다. ‘n번방 방지법(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의 후속 조치로 매출액 10억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부가통신사업자는 해당 의무를 부여받는다.

 

◇ “‘빅브라더’ 검열”, https 차단 이어 SNS·커뮤니티까지

 

이에 대해 온라인 여론에서는 ‘검열’이란 반응이 압도적이다. 이날 카카오톡의 해당 조치 시행으로 관련 안내문 및 이미지·동영상 전송 검토를 경험한 이용자들은 SNS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온라인에서는 “n번방 금지법이 일어난 텔레그램은 못 잡으니 국내에만 하는 탁상행정”이란 실용성 비판부터 “사람이 아닌 AI에 의한 필터링이라도 엄연한 검열”이란 법리적 비판 등 누리꾼들의 이의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필터링 의무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든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 관련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2014년 ‘카카오톡 사찰 논란’, 2019년 ‘https 유해사이트 차단’, ‘여성가족부 오픈톡 단속 논란’에 이어 더 강화된 디지털 검열이 시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오픈넷 “과잉금지원칙·포괄위임입법금지 위배”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3일 n번방 방지법 및 관련 조치에 대해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오픈넷은 ‘불법정보’란 모호한 정의로 인해 ‘표현의 자유’·‘알 권리’ 침해 가능성이 있으며,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위헌적 법안이라 해석했다.

 

특히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지는 기관·단체의 삭제 요청 권한 위임’은 정부에 의한 표현물 검열 제도로 악용될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고 해석했다. 행정기관이 국민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해선 안된다는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단 의미다.

 

오픈넷은 ‘n번방 방지법 외 정보통신망법·방통위설치법 등 관련 기존 법들이 이미 불법정보 유통에 대해 서비스 제공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번방 방지법이 결과적으로 과잉·중복 규제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위챗 필터링과 유사…홈페이지 기반→SNS 내부 콘텐츠까지 검열 확대”

 

오픈넷 관계자는 “카카오톡 등 SNS·커뮤니티에 대한 필터링 적용은 통신사까지도 충분히 미칠 여지가 높다”며 “https 방심위 차단 등 인터넷 검열에 이어 메신저 채팅, 커뮤니티 플랫폼까지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비스 제공자가 (검열한) 데이터베이스(DB)를 보관·관리하고, 이것을 이용자들이 게재·유통하는 콘텐츠와 대조해 프로토콜을 만드는 책임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원리”라며 “데이터가 단순 내부 보관을 넘어 정부기관에까지 전송하는 프로세스로 만들어진다면, 사실상 중국의 ‘위챗’과 비슷한 환경”이라 진단했다.

 

위챗은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간편한 기능 및 간편결제 서비스, 전자인증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관련법을 이유로 이용자 활동에 대한 전면 검열 및 차단, 정보 제공 등 실시간 이용자 감시 기능 또한 갖고 있다.

 

 

◇ “검열 업무 대행 불 보듯…검열된 정보 보안 논란도”

 

카카오처럼 자체적인 내부 콘텐츠 검토 기능을 구축할 능력이 없는 사업자는 정부기관 또는 민간 기업에게 해당 업무를 대행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픈넷 관계자는 “필터링 시스템은 사업자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큰 부분”이라며 “카카오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로선 해당 업무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업체에게 맡기거나, 아예 해당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해외로 이탈하는 선택뿐”이라 설명했다.

 

한편 검열된 정보가 보안 논란을 부를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가까운 사례로 지난해 중국 SNS 틱톡이 글로벌 사용자의 정보를 무단 수집해, 중국에 전송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송 과정에서 검열 영역이 도메인-홈페이지 기반이 아닌 SNS 내부 콘텐츠 필터링까지 가능해지는 지점으로 크게 확대된다”며 “실제로 (위챗·틱톡처럼)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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