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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일하다 죽지 않게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숫자처럼 일상화되어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이 사회는 본래부터 저러해서, 저러한 것이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훈 작가의 ‘빛과 어둠-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글의 일부이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활동을 기록한 책 ‘김용균이라는 빛’을 발간하는 자리에서 작가가 소리내 읊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삶의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생명의 안위보다 그 무엇도 앞세워 이야기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매년 공시하는 ‘안전경영책임보고서’를 보면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총 39명이다. 이 중 1명은 본사(직영) 직원이지만 나머지는 ‘건설발주’로 구분했다. ‘하청’이 아니라 ‘발주’에 의한 사고사로 표시를 했다.

 

산재 사망사고 뉴스를 접하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하청 혹은 협력업체라는 표현이다. 희생자 다수가 직영 직원이 아니기에 하청 업체 근로자, 협력사 직원, 하도급업체 노동자라고 불리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시 신축 오피스텔 인근에서 전기 연결작업을 했던 고 김다운 씨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한전 협력사 직원으로 보도됐다. 한전은 하청이 아니라 발주였다고 발뺌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전 직원이 사고 당일 현장에 있었고 사고를 바로 보고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관련 보도: 뻔뻔하게 거짓말하던 한전, 중대재해법 처벌되나?, MBC, 1월 10일). 김 씨는 감전을 막아주는 절연장갑을 끼지 않고 면장갑을 착용했다. 작업자의 감전을 방지하는 장치가 있는 활선차 대신 일반 트럭을 사용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강행했다.

 

하청 노동자가 직영 노동자에 비해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업무상 과실이 고용형태에 따라 다르게 발생한다는 것만으로도 중대 산업재해를 바라보는 우리의 접근방법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전은 고 김다운 씨의 사망 이후 대책으로 “안전 조치를 먼저 하고 작업을 하는 원칙을 정착시켜 가겠다”고 발표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이제야 듣는다.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외주가 아니라 발주였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작가는 앞의 글에 이어 이렇게 썼다. “죽음조차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나와 내 자식이 그 자리에서 죽지 않은 행운에 감사할 뿐, 인간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해 간다.”

 

일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일하다 죽을 수 있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산재 보도가 늘어야 할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