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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먹통 할부료는 줄줄”…자영업자 키오스크 피해 속앓이

"모든 포스 연결" 영업사원 말 믿고 설치
작동 안 되고, 작동돼도 오류 잦아
업체 A/S 미루고 환불 요구도 무시
평택 등 전국서 피해액 수억원 달해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와 관련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인건비 등을 절약하려고 키오스크를 설치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심지어 설치 업체는 A/S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환불 요구마저 무시하고 있다.

 

서울 용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44)는 지난해 12월 테이블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키오스크 이용 시 손님이 앉은 자리에서 주문 및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B업체 판매원의 설명 때문이다. 게다가 판매원은 ‘모든 포스(POS) 연동·위약금 없이 언제든 취소 가능’하다고도 했다.

 

키오스크 설치 당일 B업체 판매원은 A씨의 카드 한도 초과를 이유로 캐피탈을 통해 일시불로 결제할 것을 요구했고, A씨는 어차피 설치를 결심한 터라 이 요구에 응했다. 이날 테이블별로 키오스크 기계 설치를 완료하고, 주문부터 계산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소프트 웨어 프로그램은 추후 설치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업체 판매원은 계속해서 설치를 미뤘다.

 

이에 답답해진 A씨는 설치 취소를 요청했지만 이때부터 판매원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A씨는 테이블 키오스크를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채 캐피탈 대출금만 갚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말 A씨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해당 업체의 피해 글을 올리자 뒤이어 동일 업체의 유사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이렇게 모인 피해자만 서울·경기·제주·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2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의 피해액은 최소 880만 원에서 최대 2800만 원 정도로 평균 1000만~15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자영업자까지 더하면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평택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43)는 지난해 8월 이 업체의 테이블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C씨는 “영업 담당자의 개인 사유로 연락이 잘 되지 않아 실제 프로그램 설치까지는 두 달여 뒤인 10월 말에서야 이뤄졌다”고 했다.

 

타 업체와 달리 모든 포스와 연동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B업체를 선택했는데, 정작 C씨 가게 포스와는 연동되지 않았다. C씨는 “B업체에 문의하니 ‘영업사원(판매원)이 몰라서 그렇게 설명한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었다. 프로그램 오류로 가게서 결제 내역을 확인할 수 없거나 주문이 누락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영업사원이 회사를 그만둬 C씨는 A/S 및 해지에 관해 회사와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속만 끓어야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커지자 B업체 측은 ‘일부 퇴사자와 특정 영업사원이 문제였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허위 사실 유포 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는 글을 덧붙여 피해자 자영업자들을 분노케 했다.

 

사과문을 본 피해 자영업자들은 “전국 각지에 피해자가 있는데 모든 게 일부 영업사원과 퇴사한 자들의 악의적인 계약이라는 건가”, “일 커지니 영업사원부터 꼬리 자르기 하는 태도부터가 더 악질이다”, “힘든 시기에 몇 달째 지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재 사과문은 삭제된 상태다. 

 

B업체 대표는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TF팀을 구성해 (일부 민원 고객에) 도의적으로 환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책임소재를 가름하기 위해 계약서를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점주들이 이같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계약 전 꼼꼼히 살피고, 검증된 업체와 계약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한 키오스크 업체 관계자는 “애초 모든 단말기가 연동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말”이라며, “삼성 등 제조사가 같은 기기들끼리 연결 되듯이 단말기(포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드로이드 같은 플랫폼을 만들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어렵고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며 “현재로서 자영업자 분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뾰족히 없지만, (키오스크) 프로그램과 연동되는 기기 리스트를 달라고 요청해서 (기존 기기에 적용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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