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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먼저 간 개구리의 운명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반장선거에 나섰다. 그런데 그 아이는 투표 때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고 상대편 경쟁자 이름을 적어낸 탓으로 지고 말았다. 왜 그랬냐면 두 아이는 원래 사이가 좋아 투표 때 서로 상대방 이름을 적어내자는 약속을 굳게 믿었다. 그러나 상대방 아이는 그것을 어기고 본인 이름을 써낸 탓으로 당선이 되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선거와 표(票)에는 패자는 없고 승자의 느끼한 웃음만 있다. 또 그렇게 약속을 어기고 이기고 보자는 자들이 우등생도 되고 학생회장이 되어 일류대학을 진학해서 고시에 합격하여 고속 승진을 하며 거들먹거리며 살았다. 그런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국어 실력이 밑 힘이요. 인문학이 인생 공부의 기본이라고 한들 먹혀들겠는가.

 

정채봉의 ‘두꺼비와 개구리’라는 글이 떠오른다.

 

두꺼비와 개구리가 논두렁길을 가고 있었다. 개구리가 엉금엉금 기는 두꺼비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느리게 기어서 언제 양지바른 언덕에 도착하니?’ 두꺼비가 숨을 가쁘게 쉬는 개구리를 향해 대꾸했다. ‘그렇게 빨리 가서 뭐 할 거지?’ 개구리가 눈을 뒤룩거리며 대답한다. ‘그냥 빨리빨리 가는 거야, 가서 시간이 남아 누워 있으면 얼마나 좋아.’

 

두꺼비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렇게 천천히 가는 것도 좋아, 이슬방울도 들여다보고, 풀꽃 하고도 대화하며…’ 개구리는 답답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펄쩍펄쩍 뛰어가며 말했다. ‘나 같은 빠름(속도)은 너 같은 느림과 동행이 될 수 없어 먼저 간다. 개구리는 펄쩍펄쩍 뛰어서 금세 사라졌다.

 

두꺼비는 천천히 하늘도 보고 파리도 잡아먹으며 돌 틈에 기대어 즐기기도 하면서 엉금엉금 기어갔다. 두꺼비는 도랑을 건너다 말고 시체를 발견했다. 그것은 경운기에 치여 죽은 먼저 간 개구리였다.

 

이 동화 같은 글을 읽고서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경제적 자립으로 가정을 일으키겠다고 앞뒤 안 보고 달려온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밖에서 내가 하는 일만 중요하고 가정에서의 가족들의 일과 노동은 단순한 것으로 생각하여 두꺼비 팔자라고 생각하지는 안 했는지. 결국은 가족들의 희생을 외면하고 빨리빨리 목표에 접근하여 잠도 자고 즐기기 위한 자본주의 근대사회의 졸부 정신에 도취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 이것을 국가에 비한다면 가장인 나는 국가의 지도자요, 부모님과 자녀들은 서글픈 서민층으로서 희망 없이 살아왔다면, 자본주의 속도주의 성과주의는 개구리 운명 같은 것 아닐까. 근본적으로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요. 가정관이며 자녀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등에서 땀이 흐를 일이다.

 

원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상업),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양심 없는 쾌락, 희망 없는 신앙- 이럴 때 국가는 희망이 없고 멸망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고 인도의 민족지도자요 사상가인 간디는 말했다. 선거철이라서 창을 열거나 티브이를 켜면 자기가 국가라는 조직에서 가장이 되고 최고 권력자가 되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뿐이다. 그런데 그 후보자들 중에는 법을 무기 삼아 살았던 사람도 있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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