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없는 소리 /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320쪽 / 1만 4500원
단편소설 ‘작정기’로 2018년 문학동네신인상 만장일치의 주인공이 됐던 김지연 작가의 첫 소설집이 출간됐다.
책에는 등단작 ‘작정기’를 비롯해 2021년, 2022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인 ‘사랑하는 일’, ‘공원에서’ 등 총 9편을 수록했다.
작품 속에는 지나간 이에 대한 회상, 예기치 못한 재회,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받는 비난 등 다양한 ‘나’가 등장한다. 자신 안에 아주 많은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을 보여 주며 누군가를 되새기거나 지난날을 곱씹는 동안 일어나는 변화를 그려낸다.
표제작 ‘마음에 없는 소리’의 ‘나’는 만 35세가 넘도록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어 고민 끝에 할머니의 식당을 이어받아 김밥 가게를 연다. 친구인 ‘민구’는 ‘나’의 가게가 손님을 끌기엔 역부족이라 하면서도 종종 찾아와 김밥을 포장해가고, ‘화영’은 여기저기 전화해 손님을 모아 준다. ‘승호’는 ‘나’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기에 좋아하던 친구였다. ‘나’는 반년 만에 포기했고, 승호는 2년을 더해 공무원이 됐다. ‘나’는 세 친구와 가끔 만나 시간을 보내고 지낸다.
‘굴 드라이브’의 ‘나’는 일자리가 있다는 삼촌의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삼촌이 말한 일자리란 바로 선 자리였고, 선볼 생각이 없다는 ‘나’에게 삼촌은 그럼 자기네 공장에서 하루만 굴 박스를 배달해달라고 제안한다. 공장에 간 ‘나’는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마주친다. ‘나’의 뒤에서 수군거리며 ‘나’를 싫어했던 아이다. 그런 그 애가 ‘나’에게 술 한잔하자는 말을 건넨다.
두 작품은 인물이 주변 사람들과 얽히며 일어나는 사건과 그로 인한 변화를 담백한 톤으로 풀어간다.
‘작정기’는 친구 ‘원진’과 ‘나’의 일본여행이 틀어지며 시작된다. 원진의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면서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난다. ‘나’는 여행에서 일본인 여자 ‘유코’를 우연히 만난다. 유코가 ‘나’의 여행을 죽은 친구를 대신해 온 것으로 오해하지만 ‘나’는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진이 갑자기 죽으면서 ‘나’는 죄책감에 빠진다.
‘작정기’에는 상대방에게 강렬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인물의 모습이 나타난다. 뒤늦게 한 시기를 반복해 떠올리며 그전과는 다른 새로운 미래를 열어낸다. 작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등단은 ‘작정기’로 했지만, 작가가 가장 먼저 쓴 소설은 목차로 7번째 위치한 ‘내가 울기 시작할 때’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인물들이 우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요즘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엉엉 우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왕이면 온 힘을 다해 남김없이 잘 울고 싶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그리고 어디선가 혼자 우는 사람이 없는지도 돌아보고 싶다. 누구도 혼자 울지 않았으면 한다”고 작가의 말을 통해 전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