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변과 균형 / 김용범, 권순우(정리) 지음 / 창비 / 320쪽 / 1만 8000원
‘2020년 3월. 우리는 세계 금융시스템이 붕괴할지 모를 백척간두에 서 있었다. 그날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사용해도 되는지 자신할 수 없는 모든 재정·통화정책을 쏟아부었다. 전대미문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정책들은 가까스로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았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제, 시작의 그날’ 중에서)
모두가 처음 겪는 코로나19 상황, 세계 금융시스템은 붕괴 직전의 상황을 맞닥뜨렸다. 책은 이 위기의 순간에서 시작됐다.
전 기획재정부 차관으로 한국 경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김용범의 신간이 나왔다.
작가는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단순히 감염병 방역에서 파생된 일시적 혼란이 아닌 경제·금융 위기와 보건위기가 결합된 ‘복합위기’라고 진단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더 큰 위기를 촉발했고, 비교적 방역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한국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복합위기, 재정정책, 양극화, 가상자산, 탄소중립 등 전문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권순우 경제 전문 기자의 정리로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했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이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의 변화를 점검하고, 코로나19 위기의 전개 과정과 특징 등을 살펴본다.
2부에는 코로나19 이후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주제들을 논의한다. 특히,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경제가 마주한 주요 과제에 집중한다.
작가는 세계 경제에 복합위기의 징후가 보이고 위기가 전개되면 한국 경제에 혹한의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전하며, 복합위기의 양상과 재정정책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또한 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을 위해서는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구조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부 3~6장에서는 구체적인 정책 주제를 담았다. 3장은 양극화 문제 해법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사회문제인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4장과 5장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와 지체가 가장 심각한 디지털 플랫폼과 가상자산 분야에 대한 규제의 틀을 정비하자는 내용이다.
5장에는 작가가 직접 정책의 방향을 주도했던 2017년 12월의 가상자산대책 경과를 소개한다. 가상자산거래소를 전면 폐쇄하기로 한 결정이 어떻게 급선회해 실명확인 시스템으로 결론지어졌는지 에피소드 형태로 최초 공개한다.
6장에는 다음 정부가 해결해야 할 핵심 국정과제인 탄소중립에 관한 의견을 풀어냈다.
복합위기에 따른 구조적 변화는 기존 대응방식을 무력화시킨다는 작가의 말처럼,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달라진 현실을 이해하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