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3 (월)

  • 맑음동두천 -0.9℃
  • 맑음강릉 3.2℃
  • 맑음서울 0.4℃
  • 맑음대전 1.2℃
  • 맑음대구 4.1℃
  • 맑음울산 5.2℃
  • 맑음광주 2.8℃
  • 맑음부산 6.5℃
  • 맑음고창 -2.1℃
  • 맑음제주 6.3℃
  • 맑음강화 -1.7℃
  • 맑음보은 0.6℃
  • 맑음금산 1.1℃
  • 맑음강진군 4.1℃
  • 맑음경주시 4.7℃
  • 맑음거제 6.1℃
기상청 제공

안재욱, "오필승으로 기억해줘 기쁘다"

"20대의 싱싱함을, 30대 후반의 노련함을 보여줄 수 없다. 30대 초반, 지금 내 나이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오!필승 봉순영'(극본 강은경, 연출 지영수)으로 새삼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있는 안재욱(33)을 KBS 수원제작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오필승 역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청년도 아저씨도 아닌 주변인인 나의 모습이 재벌이라는 낯선 환경에 들어가 어리둥절해 하는 오필승과 닮았다"고 말을 꺼냈다.
▲신난다, 힘든 것도 모른다
방영 분량이 딱 절반을 넘어섰다. 이 시기가 되면 연기자나 스태프나 슬슬 지쳐간다. 또 묘한 신경전, 심한 경우 눈에 보이는 갈등까지 생겨난다. 사실 전작을 하는 동안 안재욱을 이 시기쯤 만났을 때 힘겨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생기가 철철 넘친다. 아무리 미니시리즈를 찍어도 1주일에 하루는 쉬었는데, 1주일 내내 진행되는 촬영에도 늘 웃는 얼굴이다.
"이 작품은 내가 무조건 감독을 믿고 간다. 감독에 대한 신뢰가 나를 이렇게 편하게 할 줄 몰랐다."
'오!필승 봉순영'에서 뭔가 달라보인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것 같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전작(영화 포함)에선 감독들이 무조건 내게 의지하는 경향이 컸다. 또 이야기가 잘 안풀어지면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거나 독하게 간다. 그런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들이 연기로 드러났을 것"이란 말로 이어진다.
사실 '오!필승 봉순영'의 시청률이 최고 수준은 아니다. 25% 내외. 그럼에도 화제가 되는 건 도입과 마지막에서 보이는 색다른 화면, 개연성있는 상황, 살아있는 몇몇 캐릭터의 장점을 보여주기 때문. 그리고 부단히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연기에 천착하는 안재욱이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난 안재욱이 아닌 오필승
얼마전 채림과의 키스신(채림이 류진인줄 알고 하는)에서 그는 발을 들어올려 류진과의 키 차이를 본인 스스로 드러내보였다. 발꿈치를 드는 코믹한 장면이 진짜 키스를 하는 것 보다 봉순영을 향한 사랑을 가슴에 더 와닿게 했다.
"류진씨가 나보다 10㎝ 정도 크다.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 키스를 한다 해도 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발을 들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채림이 키스를 받아들이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박선영은 그 장면을 보고 '자존심을 꺾다니…'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데, 그는 "모든 걸 갖추고 자신만만한 윤실장에 비해 내가 키도 작고 왜소하니까 오필승이 실감나는 것 같다. 덩치도 작고 위축돼 보이는데 바둥바둥 기어오르려는 모습을 보고 더 좋아하리라 생각한다"고 상대적 단점을 캐릭터의 장점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시청률보다 체감 인기가 높다. 특히 기분좋은 건 시청자들이 안재욱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오필승으로 봐주는 것이다. 드라마를 하면 그 배역이 사람들에게 기억돼야 한다. 안재욱 채림 박선영이 아니라, '오필승이 노유정하고 맺어지는 게 어때?' '오필승은 왜 봉순영을 좋아할까'라고 말해주는 게 정말 좋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는 먼 곳에 있는 인물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부대끼며 사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한다.
"'오!필승 봉순영'은 결코 한 남자의 성공기가 아니다. 어쩌면 무능력해 보이기도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누구나 꿈꿔왔던 세상에 던져진다. 과연 모든 게 행복할까. 낯선 환경에 어리둥절해 하고, 능력 부족으로 좌절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은가"라며 확신에 찬 말을 한다.
▲감독과의 신뢰
안재욱은 드라마 방영전 촬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PD와 호흡이 맞아 시청률이 좋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말을 했다. 뭐가 그리 좋으냐는 질문에 그는 "네 명의 배우가 출연하면 꼭 악역이 있다. 그런데 처음 만난 날 '꼭 악역이 필요해요? 전 제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가 악역으로 기억되는 것 싫어요'라고 말하는 순수함을 볼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도 있고, 어쨌든 참 독특한 감독이다"고 말했다.
이제야 그가 고집해왔던 '안재욱만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 보는 이들도 반갑다. 사람 사는 냄새를 전해주는 연기가 마음맞는 감독을 만나 빛을 발하는 것. 새삼 배우와 감독의 서로 상호보완 관계를 실감케 한다.
그는 "안재욱만이 할 수 있는 배역에만 꽂힌다"고 했다. 아무리 시청률이나 흥행 성공이 눈에 보여도 '내가 아니면 안되겠다'는 역에 관심이 간단다. 기자는 슬쩍 "자만심 아니냐"고 했고, 인터뷰 내내 합석했던 박선영 역시 "오빠, 사람들이 속으론 '재수없어' 그래"라고 면박을 줬다.
그러자 그는 "내가 좋아하고 자신있는 분야에서 인정받은 뒤에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늦지 않다. 아직은 내가 원하는 연기를 다 하지 못했다"는 말로 받아쳤다.
그나저나 일부 시청자들의 바람처럼 봉순영이 아닌 노유정이 그의 사랑이 될까. 안재욱은 "'오!필승 봉순영'이란 타이틀은 오필승이 살아가는 모습, 봉순영이 살아가는 모습을 각각 그린다는 뜻이다. 누가 누구와 엮이게 되는지보다 이들의 삶을 더 지켜봐달라. 물론 이런 관심이 너무나 고맙다"고 우회했다. 물론 결말은 작가도, PD도, 배우들도 모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