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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에티의 마지막 편지

 

(9월 6일 월요일 늦게 헤이그로부터 미샤 힐레슘과 가족들을 이송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에티에게는 그것이 끔찍하고 갑작스레 일어나 깜짝 놀랐다. 에티는 언제가 가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부모와 함께 가지 않고 혼자 가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조피는 에티가 떠나는 날 열차로 걸어가는 모습을 이렇게 말한다.)

 

기차로 가는 길에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명랑하게 웃으면서 친절한 말을 했고, 활기찬 쾌활함이 충만했고, 아마도 슬픈 기미가 있었지만, 우리가 아는 에티는 어느 모로 보나 괜찮았다. ...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1번 화물차에 타는 것이 보였다. 결국 에티는 12번 화물칸에 타게 되었다. ... 그 후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울리자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1,000명의 ‘이송 대상자들’이 떠났다. 1번 화물칸의 틈새로 언뜻 미사가 힘껏 손을 흔드는 모습이 휙 지나갔고, 12번 화물칸에서 에티가 쾌활하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 그들은 가 버렸다.

 

(열차가 네델란드를 떠나기 전에 에티는 크리스틴 반 누텐에게 보내는 엽서를 써서 열차의 판자벽 틈새를 통해 밖으로 던졌다. 부근의 농부들이 그것을 주워서 주소지로 보냈다. 엽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크리스틴, 성경을 아무데나 펼치니 이런 구절이 나오네. “주님은 나의 산성이십니다.” 나는 화물전용 열차의 가운데 있는 배낭 위에 앉아 있어. 아버지, 어머니, 미샤는 좀 떨어진 다른 몇 칸에 있고, 결국 예고도 없이 떠나게 되었어. 헤이그에서 갑자기 특별명령이 내려온 거야. 우리는 노래 부르면서 수용소를 떠났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연했고 차분하고 미샤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사흘 동안 열차를 타고 가게 될 거야. 너의 친절함과 보살핌에 감사한다. 뒤에 남은 친구들은 아직 암스테르담으로 편지를 보낼 거야. 그러니까 아마 너는 그들로부터 소식을 듣겠지. 혹은 내가 수용소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긴 편지를 읽을 수 있을 거야.
이제 우리 네 사람이 작별 인사를 보낸다.

에티.

 

(그들은 1943년 9월 1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에티는 11월 30일에 숨졌다.)/

출처 : 『에티 힐레숨』 패트릭 우드하우스. 이창엽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에티 힐레숨 1914-1943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아우슈비치 유대인 수용소에서 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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