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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미선·효순 20주기 추모사 낭독

“여러분이 중심 돼 국가와 사회가 새롭게 풀어가야 할 과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13일 양주시 효순미선평화공원에서 개최된 ‘故 심미선 신효순 20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 교육감은 낭독에 앞서 “8년 동안 경기도교육감으로서 ‘4.16세월호 참사와 효순·미선 사건을 추모와 기억으로 끝내지 않고 어떻게 교육에 담아 다시 미래의 희망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가 큰 과제이자 짐이었다”고 지난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안산 4.16민주시민교육원과 4.16 교육체제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만들었다”면서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효순·미선 사건은 앞으로 여러분이 중심이 돼 국가와 사회가 새롭게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효순·미선 사건은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13일 양주시 광적면 지방도로를 걸어가던 두 여중생 심미선, 신효순이 미2사단 44공병대 미국 궤도장갑차에 깔려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한국 법무부는 미국 정부에 형사재판관할권 이양을 요구했지만 주한 미8군 사령부 군사법원은 궤도차량 운전병을 무죄 평결했다. 이로 인해 SOFA 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한미행정협정)의 부당함과 반미 여론이 형성되면서 주한미군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추모사를 통해 이 교육감은 “20년 전, 유월의 신록보다 더 푸르렀기에 모두의 가슴에 큰 슬픔으로 남은 신효순, 심미선 두 사람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며 “두 어린 생명이 슬픔도 아픔도 죽음도 없는 나라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를 빌며, 그 평화로 이 세계가 변화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낭독을 끝맺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다음은 추모사 전문이다.

 

다시 6월 13일입니다. 
20년 전, 유월의 신록보다 더 푸르렀기에
모두의 가슴에 큰 슬픔으로 남은
신효순, 심미선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다시 불러봅니다.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이 두 어린 생명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 두 사람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 광적에 다시 모였습니다. 

그 긴 시간이 흐른 오늘도
규명되지 않은 사건의 진상, 
여전히 그때와 다르지 않은 한미관계는 
우리 마음을 더욱 아프고 슬프게 만듭니다.

미어지는 슬픔 속에서도 결코 우리는 굽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았고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실천 동력으로 삼아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밝힌 촛불은 
희미해진 기억과 무관심을 몰아냈습니다.
두 어린 생명이 이 땅에서 새롭게 피어날 수 있도록
추모비를 세우고 추모평화공원을 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간절한 마음과 정성을 모아 일궈낸
추모비 ‘소녀의 꿈’과 ‘효순미선 평화공원’은
비록 작지만 영원히 우리 기억과 역사 속에 남아서
우리에게 빛이 되고 미래가 될 것입니다.

효선·미선의 죽음을 비롯해 민족사에서 
유월이 우리에게 남긴 역사적 과제는
미래세대가 이 땅을 넘어 온 세상에 
평화와 통일을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평화와 통일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우리들의 책임일 것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인 이 시간
우리는 여전히 미래세대에게 
남북화해와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것이 왜 실현되어야 하고,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 것인가를 전달하는 
중대한 과제를 우리 모두가 가슴에 안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에 평화가 실현되는 그 날은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 국가와 국가가
서로 존엄한 존재가 되고 정의가 넘치는 
그런 세계의 새로운 날이 될 것입니다.

효순, 미선은 20년 동안 우리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효순 미선은 이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
이 역사 속에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 온 것입니다.

경기교육은 불신과 갈등을 넘어 
미래세대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마다 
믿음과 사랑을 가득 채우고,
낡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단절과 대립의 틀을 깨뜨릴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 갈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슬픔을 나누면서 그것을 이겨낼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서
이 나라 곳곳에서 수없는 새로운 처음을 만들 것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억울함과 깊은 슬픔을
오랜 세월 가슴에 묻고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과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그립고 또 보고 싶습니다.
두 어린 생명이 슬픔도 아픔도 죽음도 없는 나라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를 빕니다. 
그리고 그 평화로 이 세계가 변화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2년 6월 13일

경기도교육감 이 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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